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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라 Nov 25. 2019

재회:그 사람과 다시 사랑하기

-헤어짐을 끝이 아닌 기회로 만들고 싶은 우리들에게.


헤어졌다 만나면 같은 이유로 헤어진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누가 그랬다더라 하는 말에 의지해 결정하기에 연애는 너무 개인적이고 소중한 일이다. 끝낼 때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돌아서면 왜 그렇게 많이 보이는지. 한 번만 다시 할 수 있다면 이번에는 그런 실수는 하지 않을 텐데. 


나는 누군가와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해 모호한 입장이다. 후회하지 않도록 시도해보라고 등을 떠밀 생각도, 현명하게 처신하라며 반대할 생각도 없다. 내가 아는 누군가는 다시 만났던 자신을 질책하며 끝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다가 결혼해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다. 그러니 재결합이란 것 자체로 무언가를 속단할 수는 없다. 누군가 처음 관계를 시작할 때에 감히 해라, 말아라를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다만 재회를 말하기 전에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는 건 말하고 싶다. 
그 사람과의 연애는 한 번 이별이란 결과로 끝났다는 것. 








같은 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일은, 미친 짓(Insanity)이다. 
                                                                                                                                        -  아인슈타인


연애라는 관계 안에서 우리가 하는 일의 목록은 비슷비슷하다. 만나고, 대화하고, 데이트하고, 섹스하겠지. 

그럼에도 모든 사랑이 각별한 이유는 그 안에 끼어든 사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전 연애가 마음에 안 들었고, 다른 결과를 내고 싶을 때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사람이다. 재회란 제일 쉽고 빠르게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을 포기하고 너와 함께 하고 싶다는 의미다. 같은 사람과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내려는 시도. 이걸 아인슈타인이 말한 미친짓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최소한, 이전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  


다시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과 같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경우, 다시 만난다고 말하면서 이전의 만남을 이어간 듯 행동한다. 이전과 같이 다 알고 있다는 듯 대화를 하고, 같은 농도의 스킨십을 하며 당연한 듯 서로의 삶에 다시 개입하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이는 같은 실수, 같은 갈등, 끝내는 같은 이별로 연결된다. 분명 다시 만날 때의 다짐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후회했던 부분을 지우고 이 사람과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 가고자 한 것이었는데. 

무엇이 우리 관계를 쳇바퀴 안에 가두는 걸까. 









다시 만나는 연인들의 가장 위험한 특성은 안일함이다. 

우리 관계의 좋았던 부분에 곧바로 안착하고 싶은 욕심. 귀찮은 부분은 모두 건너 뛰려는 마음이 관계를 얄팍하게 만들어 버린다. 다시 시작에서 무게는 ‘시작’에 맞추어져야 한다



누군가와 처음 만나 새롭게 관계를 시작하려 할 때의 모습이 어땠는지 생각해보자. 

미리 연락해 약속을 잡고, 만남에서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방을 파악하고 나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려할 것이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나와 잘 맞는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조심스레 탐색한다. 그렇게 각자의 울타리를 존중한 채 삶에서 서로가 차지하는 영역을 조금씩 늘려나간다. 관계가 깊어지면 점차 울타리를 걷고 거리가 가까워 지겠지만, 아무도 초반부터 울타리를 무시하고 상대방의 삶 한가운데에 뛰어들어가 자기 자리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스킨십도 마찬가지다. 원나잇이 목적이 아니었다면 만나자 마자 섹스부터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음이든 몸이든,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이 있었다. 


한 번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은 이 과정을 이미 겪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다시 거치지 않고 곧바로 거리가 좁혀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그렇게 되지 않으면 쉽게 지치고 불평을 한다. 그 기대가 안일함이고, 쉽게 말하자면 귀찮다는 소리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가지는 조심스러움, 긴장감, 노력이 없다면 그건 관성으로 유지되는 관계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재결합이라고, ‘다시 만난다’고 생각한다는 건 이별로 받아들일 만 한 사건과 공백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떨어져 있던 기간이 짧든 길든 서로가 삶에서 자리를 비운 순간이 존재하고, 헤어진 원인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이미 다 안다고 자만하지 말자. 상대방을 파악하고 알아가고 맞춰가는 일이 부드럽게 진행되고 있었다면 지난번 관계의 끝이 고민될 만한 이별은 아니었을 테니까. 게다가 떨어져 있던 기간 동안 각자 변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과거는 지울 수 없다.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난 적이 있다는 것도, 헤어진 적이 있다는 것도 변하지 않는다. 다시 만나겠다는 결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노력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실수에 대해 사과하기, 마음의 앙금을 털어 버리기, 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 부분만으로 되는 시기는 헤어짐을 인식한 시점에서 지나갔다. 사과와 대화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러고 나면 이전의 관계가 될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연인이란 형태부터 이어붙이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서로를 사람으로 바라보고 가까워지는 시간을 다시 한 번 가져야 한다. 탐색하고 끌리고 알아가는 과정을. 


인간과 관계는 모두 다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비슷한 구석이 있다. 마냥 우리는 이번에는 달라질거야, 예전과는 다르니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재회해서는 서로에게 더 깊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은 이유가 귀찮음이나 관성 때문이라면 어차피 잘 되지 않는다. 


누군가 없으면 허전하니까, 외로우니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번거로우니 그저 이어두기로 한 관계가 무슨 소용인가. 그럴 바에야 외로운 채 사는 게 낫다. 하지만 정말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있고, 확신이 있고, 노력해볼 의지가 있다면. 시작하라, 새롭게. 



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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