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기는 언제쯤 끝날까?
공무원 열풍이 벌써 20년도 넘은 것 같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공무원에 대한 열망
오직 합격만을 생각하고 매일 합격만을 꿈꾸며 사는 사람들
공무원은 좋은 직업이다.
본인 하기에 따라서 좀 더 좋은 세상이 되게 할 수도 있다.
법령을 개정할 수도 있고, 멋진 제도를 마련할 수도 있다.
범죄자를 잡을 수도 있고 그 범죄자를 벌할 수도 있다.
공무원은 공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이왕 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일하는데 좀 더 살맛 나는 세상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은 내게 큰 매력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공무원은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잘리지 않는다.
물론 공무원도 범죄를 저지르면 징계받고 잘린다. 연금 한 푼 못 받고 잘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일을 못한다거나 불성실하다거나 실적을 내지 못한다고 잘리진 않는다.
호봉은 매년 오르고 때가 되면 승진도 한다.
1997년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던 시기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잘렸다.
대기업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그 직원들은 모두 직장을 잃었다.
그때부터이지 싶다.
그전까지는 대학 졸업반 선배들이 회사를 2곳-3곳 합격해 놓고 어디 갈지 고르고 있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내가 졸업하던 98년 그런 얘기들은 쑥 들어갔다.
그때부터이지 싶다. 공무원 시험 열풍이 시작된 것이
공무원은 그렇게 잘리지 않으니까. 정년이 보장되니까
지금처럼 시험 합격이 어렵지도 않았고 공무원 열풍은 그렇게 시작되었나 보다.
다시 말하지만 공무원은 괜찮은 직업이다.
일반 회사에 비해 휴가, 휴직이 더 보장되고 직원 복무와 관련한 제도는 항상 일반 회사보다 먼저 시행하여 변화를 주도한다. 직장인을 위한 제도가 시행될 때마다 공무원만 좋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공무원들은 항상 먼저 혜택을 본다.
그런데 자르지도 않는단다. 인기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
정년보장은 어떤 이들에겐 동전의 이면처럼 다른 모습을 숨기고 있다.
정년까지 다른 건 쉽게 꿈꾸지 말라는 것
잘리지도 않고 그렇게 좋다는데 내가 자발적으로 나갈 수는 없고 정년까지 해야 한다는 것
25살에 시작했으면 35년을 해야 하고 30살에 시작하면 30년을 해야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30살에 7급 국가직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15년간 공직에 있다가 사직을 했다.
지금까지 해온 만큼 앞으로 더 해야 끝난다는 건 나에게 공포에 가까웠다.
공무원의 적나라한 현실은 이러하다.
인성 부족에 무지막지하고 공격적인 간부들은 내막도 모르면서 직원들을 깬다.
자기 한 명 돋보이자고 부처 전체를 들썩이게 하면서 의미도 없는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다.
다행히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정작 잘 보이고 싶은 윗사람은 "이게 뭐냐"며 뜨악해한다.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아내고 어려운 현실에서 대안을 마련하고
시도만 하고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면 정기적으로 추적당하여 또 깨지고
사사건건 다른 부처와 협의하고 싸워야 하고
보고서의 오자 탈자는 또 얼마나 중요한지, 간부 중에 '오탈자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이다.
그럴듯한 문장으로 뭔가 있어 보이게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소위 보여주기식 보고서-
폐기될 게 뻔한 페이퍼들을 작성한다.
여기 가서 이 업무 하라면 맨땅에 헤딩하며 하라는 데로 해야 하고
저기 가서 저 업무 하라면 또 맨땅에 헤딩하며 하라는 데로 한다.
팩트도 틀리고 말도 안 되는 억지 뉴스에 반박기사를 낸다.
그렇게 산다. 그 대가로 월급 받고 승진한다.
선례가 없는 건 자신 없다. 창의성은 쉽게 허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적극행정을 추구한다지만 공무원들이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
규정대로만 해도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상을 주진 않겠지만 책임도 묻지 않는다. 규정대로 했으니까
잘못된 규정이라도 규정이 시달되었으니 그대로 시행하면 된다. 규정은 내가 정한 게 아니다.
부서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지만 공직의 특성은 항상 나를 지배한다.
나는 어느덧 꼰대 공무원이 되어 간다.
승진하고 간부가 된다고 꼭 좋을까? 그들은 아랫사람, 윗사람 사이에 끼어 양쪽 눈치를 다 봐야 한다.
밖에서 보면 건물도 그럴듯하고 다들 못 들어가서 안달이지만 공무원들의 실상은 이렇다.
영화 '국가부도'에서 김혜수가 보여준 그런 멋진 역할 같은 건 꿈도 꾸지 마라.- 물론 영화 속 주인공이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하다.-
공무원은 직장인이다.
그렇게 30년 이상 해야 해방이다.
공직이 아니라도 조직이 다 비슷하다. 그런데 공직은 그 특유의 특성으로 강한 꼰대 냄새가 난다.
창의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가급적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조직에서 받고 싶은 게 있으면 내 것도 주어야 한다.
내 것을 주기 싫으면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쓰다 보니 공직이라기보다는 조직의 특성이 되었다.
내가 공직에 있었으니 아무래도 좀 더 공직의 특성을 더 부각하여 글을 썼겠지만 조직은 다 비슷할 거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일반 회사는 사직해도 동종의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다.
그러나 공직을 그만두고 동종의 다른 공직으로 이직할 수 없다.
사표 쓰면 공직과는 영원이 안녕이다.
여기 고기가 차려진 밥상이 있다.
사람들이 그러는데 여리고 부드러운 값비싼 고기라고 한다.
먹어보니 맛있다. 부드럽고 육즙에서 향이 나는 것 같다.
구경만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내일도 고기가 차려진 밥상을 받는다. 괜찮다. 먹을 만하다.
그다음 날도 받는다.
남들이 다들 비싸고 질 좋아 부러워하는 고기를 매일 먹어야 한다.
내 입에선 고기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점점 배도 불러오고 점점 내 모습이 사라진다.
그러다 나중에야 알았다. 내 몸은 채식을 했을 때 더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데 오늘도 내일도 고기를 먹어야 한다.
그 좋은 고기를 포기하다니 다들 미쳤다고 한다.
풀만 먹으면 힘도 못쓰고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신선한 풀을 먹고 싶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공무원이 되는 것은 단순히 앞으로 몇 년간 살 방안을 마련하는 차원이 아니다.
부모님에게 효도 한번 멋지게 하는 차원이 아니다.
많은 공무원들이 나갈 날만 기다린다. 이제 10년 남았다, 5년 남았다 하면서
준비기간이 힘들었던 만큼 그만두는 건 대부분의 선배 공무원들이 그랬듯 굉장히 어렵다.
공무원을 시작하는 것은 그냥 인생이 결정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나에 대해 잘 생각하고 잘 결정해야 한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이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나이다.
공무원이 되려는데 무언가 자꾸 거부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 실체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남들 다들 들어가는 문이 아니라 내 문을 스스로 잘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