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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제라블 Aug 03. 2022

약간 결혼한 상태라니?

A Little Bit Married

어찌보면 평범하고, 어찌보면 그렇지 않은  기묘한 형태의 결혼  결혼식은 어디서, 왜 시작되었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우리의 생각이 빚어진  순간부터 시작된 작고  일들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나가 볼까 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


2021우리의 관계대략 7 즈음으로 접어들었을 시기입니다. 때로는 시간의 양이 질을 압도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거의 대부분의 일상을 함께하고, 거의 대부분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거의 대부분의 휴식을 서로와 함께 했습니다. 서로의 부모님을 만났고, 어떤 일을 하시는지도 알고, 서로의 경제적인 조건이나 인생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꽤나 상세히 이해하고 었죠. 어쩌면 이보다도  중요할 수도 있는 생활습관은,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꽤나 좋아했던 덕분에 그 역시 잘 알고 있었죠.


당시의 우리의 상태가 어쩌면 약간 결혼한 상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꽤나 오래 전인  같습니다. 조금 특별하거나 남다른 생각은 아닐까 했지만, 역시나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앞서 비슷한 생각을 조금  훌륭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웹서치를 해보니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한나 셀리그슨(Hannah Seligson) 2009년에 이미 A little bit married: How to Know When It's Time to Walk Down the Aisle Or Out the Door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책은 밀레니얼(Millenial) 세대의 결혼관과 실제 결혼의 행태가 과거와는 달리 가변적이고 실험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설명합니다.


못먹어도 고? 아니면 관둘까? 둘 중 하나겠지...


대다수의 청년들은 결혼을 원합니다. 하지만 20대와 30대 초반에 경력을 쌓고 소울메이트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목표를 늦추곤 합니다—여전히 친밀한 관계를 경험하고 싶어 하면서도 말이죠. 이러한 장기적인 관계를, 결혼을 위한 인턴십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니까, 이 책의 요지는 이제 밀레니얼들은 옛날처럼 20-30대에 일찍부터 일생일대의 상대(the one)를 찾고 결혼으로 바로 돌입하기보다는, 결혼 전의 미묘한 상태—결혼 관계에 상응하지만 결혼한 상태는 아닌—에 머무르며 관계의 '인턴십'을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밀레니얼이고 이런 미묘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으니, 어쩌면 이 책의 말은 퍽 맞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일을 이렇게 허술하게 정한다고?


하여튼, 그런데 중요한  그게 아니고, 이제 저희가  약간 결혼한 상태에서 앞쪽의 수식어를 떼고 결혼한 상태 돌입하려고 한다는 것이겠지요.  계기가 중요한가요?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다소 실용적인 이유입니다. 때는 2020 초에 구매한 분당의 작은 아파트에 입주할 날이 머지않은 2021 1 . 올해 전세 세입자가 집을 나가기 때문에 전세금을 마련해야 했고, 대출을 언제쯤 실행해야 할지 날짜를 잡아보다가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의식의 흐름은 세입자가 나간다 → 우리가 들어가자 → 근데 우리 둘이 같이 살려면 절차가 필요한데? (우리는 21세기 한국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그때 결정했습니다. 원래 중요한 결정은  순간에 내려지는 것이고,  뒤는 실행뿐이죠. 싱거운 결말이지만 어쨌든  모든 일은 그때 시작되었습니다.





두 개의 시선


우리는 인생에서 7년의 시간대략 각자 인생의 25% 정도 함께 보내면서 서로의 생각이 항상 같을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시간을 겪으며 터득한 지혜는 차분히, 오랜 시간을 들여, 생각을 정리하고 말로 내뱉고, 귀 기울여 들어보고, 어떤 부분이 다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송은이 ESTJ 김숙 INFP. 마침 저와 배우자의 MBTI와 같네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7월부터 작은 아파트에 입주하여 함께 생활하기로  결정의 전후 과정에 대해 크고 작은 의견의 합치  불일치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현재 상태가 약간 결혼한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우리  사람 모두가 동의한 진술입니다. 모든 것의 이면에 깔린 전제그것이 결혼이든 아니든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것에도 마찬가지였고요. 관점의 차이가 시작된 부분은  이후의 절차와 개념에 대한 것입니다. 결혼식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결혼의 의미는 무엇일까? 결혼 후 무엇이 달라질까?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 말이죠.


그리하여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지고, 우리는 출발합니다. 다르지만  같은 부분도 있고, 계속해서 이야기해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고,  어찌보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지만, 그건 감정적인 영역이니까요. 서로를 최대한 존중하며 타협과 양보해나갈 예정이니, 염려보다는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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