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는 오온이고, 끊임없이 변합니다. 육신은 생로병사하고, 우주는 성주괴공하며, 우리의 마음은 성주이멸 합니다. (법륜스님의 반야심경 강의)
불교 경전대학, 이제 곧 졸업이다. 종교로서도 아니고, 지식으로서도 아니고, 그저 한 인간의 성숙을 위한 과정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논의하기보다는, 결국 내게 남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근본불교의 근간은 공 사상이다. 이 알쏭달쏭한 공. 넌 누구니? 공에 대해, 아니 나란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적고 싶다. 정리하고픈 마음이다. 또 흔들리고 잊히고 변해갈 나라는 것을 알기에, 뭔가 느낀 한 순간은 너무 소중하니까.
색불이공 공불이색
즉, 색과 공이 다르지 않고, 공 또한 색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결국 현상의 물질세계가 있다고 할 것도, 없다고 할 것도 없다는 말씀이다. 뭔 말장난이냐? 싶다는 분들을 위해, 부족하지만 내가 이해한 바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근본불교에서는 일체를 오온이라 하는데(근본 물질 같은 것이라 생각하자), 이 오온이라는 것도 다 없다는 뜻이다. 오온이란 색수상행식을 말한다. 색 물질세계, 수 받아들임, 상 생각과 기억, 행 의지의 작용, 식 나의 카르마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나머지 오온도 마찬가지다. 수즉시공 공즉시수, ... 식즉시공 공즉시식. 즉 살면서 현상을 보고 받아들이며 생각하고 행동해 생긴 나의 업식. 이 모두가 공이라는 것이다. 있다고 할 것도 없다고 할 것도 없다.
이 부분을 모호하게 생각하는데,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면 이해할 수 있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너무 추상적이라면 드론을 띄워 나의 삶을 관조하는 눈으로 바라보도록 하자. 시간의 개념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면 모든 것이 절대성을 잃는다. 실체라고 할 게 없다. 그렇기에 삶은, 나라는 존재는 항상 하지 않다. 늘 변한다. 나라고 할 게 없다. 그 변하는 속에 연기가 있다. 순간의 인연들. 관계 맺음말이다.
생 노 병 사 그 후 씨앗의 영양분이 되어 또 다른 객체로 태어나는 나는, 태어났다고 할 것도 죽었다 할 것도 없는 거다. 우주적 시각으로 보면 난 겨우 하루살이 수준의 삶을 산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온갖 괴로움을 안고 산다. 우주도 늘 생멸을 반복하고 있다. 태양도 언젠가 그 명을 다 할 거고, 우주 속 암흑물질로 돌아가고, 별은 또 그 입자들이 모여 태어나게 된다. 성주괴공하는 거다. 만들어지고 머무르고 파괴되어 사라진다.
오늘 일어난 별것 아닌 일로 왈가왈부할 필요한 없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마음은 출렁인다. 외부 자극에 민감해지고, 반응하게 된다. 시간 지나면 별일 아닌 것 알면서도, 실전이 약하다. 체화되기 쉽지 않다. 살면서 다져가야 한다.
드론을 띄웠다, 현실로 내려왔다 다시 올리고 하는 정정진을 해 나가야 한다. 신해행즉이다. 믿고 알고 실천해 증득해야 하는 거다. 앎에서 끝이 아니라 실천해서 증득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