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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Aug 21. 2022

[서평] 사기병

# 소소한 일상의 감사함을 깨우쳐 주는 책

내가 만약 위암 4기라면 이렇게 씩씩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지금은 고인이 된 동화작가 윤지회 씨의 암 투병기다. 상큼 발랄 핑크색 표지에 여행을 떠나는 듯한 그녀의 옷차림이 인상적인 커버다.


두 돌이 안 된 아들과 무뚝뚝한 남편을 둔, 내 또래인 그녀는 지금 여기 없다. 너무나 솔직해서, 진짜여서 그녀의 문장 하나하나가 와닿았다. 그녀의 마음이 느껴져 울다 미소 짓다를 반복하다 단숨에 읽어 내렸다.


위암 말기 5년 생존율 7%, 그녀는 살고자 했다. 마지막 문장이 "야호! 1년 살았다."였다. 그녀의 통쾌한 암 정복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부재를, 여러 리뷰를 통해 알게 되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책을 덮으며 먹먹한 마음에 찾아본 생전의 그녀는 소녀 같은 밝은 미소를 지녔었다.


동화작가인 만큼 무거운 이야기를 정말 유쾌하게 그려냈다. 처음 그녀가 위암 수술을 하고 물을 마시는 장면이다. 반 컵도 안 되는 50ml 물을 수차례 나누어서 마신다. 커피 한잔에 행복해하고,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일상에 대해 감사해한다. 숨 쉬고, 걷고, 냄새 맡고, 하늘과 꽃과 바람을 느끼는 것들에 대해. 그녀를 통해 이 지루하고 별것 아닌 일상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것인지, 눈물 나게 깨닫게 된다.


그녀는 발병 후 3년이 조금 모자란 20년 12월 9일...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녀의 삶의 끈이 되어주었던 아들 반지와 울음을 참아냈던 남편은 잘 견디어냈을까? 지금도 견디고 있을까? 그녀의 동화 같은 그림들이 더 아프게 한다. 더 공감이 되고, 더 가슴에 와닿게 다.


이 별일 없이 반복되는 지루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알면서도, 삶에 묻히다 보면 잊게 된다. 자꾸 망각하고 투덜거린다. 감사해야지.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만약 나라면 수술과 항암을 선택했을까? 난 하지 않을 거다. (솔직히 난 쫄보 겁쟁이다. 무섭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아파하면서 병원에 있고 싶지 않다. 담담하게 남은 생을 잘 정리하고 싶다. 진통제 맞아가면서... 과연 지금 치료라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는 매우 우려스럽다. 남은 1년이라도 평온하게 일상 속에서 마지막맞이하고 싶다. 그 소중한 시간을 병원에서 소비하고 싶지 않다. 장담할 순 없겠지만...


일상이 무료하거나 지치신 분들께 권한다. 되는 일이 없다고 불만이 많거나, 괜히 짜증이 나시는 분들께 권한다. 지금의 당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프지 않고 편히 쉬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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