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유치원 아이들이 마실을 나왔다. 두 명씩 손을 잡고 줄지어 콩콩 뛰어간다.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다. 떨어지면 다시 잡고, 잡은 손은 더욱 움켜쥔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문득 손을 잡는다는 것이 뭘까? 싶다.
손을 잡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설레는 마음을 표시하는 1단계다. 아픔을 겪는 이에게는 열 마디의 말보다 더 큰 위로이다. 힘든 시기를 겪는 이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격려이다. 진심을 전달하는 행위이고, 나의 온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는 것은, 그와 나 사이에 경계가 없음을 의미한다.
순수함 그 자체다.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일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되었다. 세상이 알려주는 여러 편견들 때문에 손을 잡기 위해서는 여러 걸림돌들을 치워야 한다. 남녀라는 구분, 세대라는 구분, 서로가 느끼는 관계의 정도에 있어서 구분 등, 어느 순간 손을 잡아주는 것이 어색해졌다. 아무렇지 않게, 누구에게나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아이와 같은 사람이다. 어떤 편견도, 어떤 선입견도 없이,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있는 사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름다운 손을 놓아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1. 남편
아주 오래전, 남편과 싸웠더랬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홀로 살이에 완벽한 남편 덕분에, 많이 외로웠다.
나- " 우리 그만 헤어져. "
남- " 왜?"
나- " 나, 너무 외로워."
남- " 내가 어떻게 하면 돼?"
나- " 걸을 때는 나란히, 꼭 손 잡아줘. 당신이 먼저"
남- " 응"
그렇게 우리 부부는 항상 손 잡고,나란히 걷게 되었다. 산책 길에 늘 먼저 손 내밀어준다. 손잡고 걷는 순간들이, 정말 행복하다. 위대한 평범함이랄까?
(그 오랜 시간 손잡고 걸었음에도, 여자 손이 왜 이렇게 크냐는 남편의 타박은 변함이 없다. 남편 손이 작은 건지, 내손이 큰 건지 헷갈리지만, 그 멘트 조차도 일상의 한 컷이다.)
#2. 두 아이
아침 등굣길에 아들의 손을 잡는다. 머쓱해하지만, 빼지 않는다. 고맙다. 녀석의 손을 보며 잔소리를 하게 된다. 상처는 뭐냐고,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손톱이 길다고, 로션 바르라고. 그런 잔소리를 들으면서 '네. 네.' 하는 녀석이 고맙다. 엄마의 손을 놓지 않아 줘서 고맙다.
집 앞 슈퍼에 간다. 딸아이의 방앗간에. 늘 손을 잡는다. 벌써 훌쩍 커버린 딸내미의 가녀린 손이 이쁘다. 손을 꼭 잡는다. 날씨도 더운데, 왜 꼭 손을 잡아야 하느냐 투덜거린다. 그래도 놓지 않는다. 고맙다.
두 아이가 손잡아 준다는 건 나에 대한 경계가 없음이니까.
엄마 껌딱지들 일 때, 어서 자랐으면 했다. 그 소시지 같은 통통한 손가락을 충분히 잡아주지도 못했는데, 벌써 사라져 버렸다. 아들은 굵은 마디를 가진 남자의 손으로, 딸은가늘고 긴 손가락을 가진 여성의 손으로 변했다. 낯설지만 그 손, 잡아 줄 날도 얼마나 남지 않았다. 아쉽다.
누군가에게 손을 편히 내밀수 있는 큰 마음을 가꾸고 싶다. 사람의 온기를 전할 수 있도록! 어릴 때 그리도 쉬웠던 일이, 이리도 어려워진 일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