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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Aug 30. 2022

차가움의 세계

# 처서 2

가움을 싫어한다. 차가운 음식, 차가운 물, 차가운 바람 그리고 차가운 마음...  것이 싫다.


#1 차가운 음식

여름에도 따뜻한 라테나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여름철 냉면도 안 먹는다. 따뜻한 잔치국수를 더 좋아한다. 아이스크림도 즐기지 않는다. 찬 음식을 먹으면 장에 무리가 온다. 혈액순환 장애가 있어. 손발이 차가운 나는, 차가운 음식이 싫다.


차가워진 음식은 +1 더 싫어한다.


#2 차가운 물

아침, 샤워기에 찬물이 나온다. 김이 서릴 따뜻한 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어느새 아침 샤워가 추워졌다. 코 끝에 스치는 공기가 차갑다. 온수로 향하는 탭이 더 기울어진다. 좀 더 따뜻하게.


찬물도 안 마신다. 집 정수기는 오직 정수기능만 있다. 미지근하다. 냉장고에도 물을 넣어두지 않는다. 찬물은 건강에 해롭다. 하지만 여름철 아들 녀석이 몰래 숨겨둔 물병을 종종 발견하기도 한다. 눈감아준다. ㅋ


#3 차가운 바람

차가운 에어컨 바람도 좋아하지 않는다. 여름에도 땀을 잘 흘리지 않는다. 늘 얇은 긴팔을 입는다.  아파트 관리비에 찍히는 그래프엔 동일 면적 대비 에너지 사용량이 -40%다. 에어컨 가동을 거의 하지 않으니까.


3일간 동거했던 모기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구안와사로 '아사'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안방 공기는 더욱 차가워졌다. 늘 고정된 선풍기 1단계는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다. 배를 덮었던 여름이불을 목까지 덮고 잔다.  춘추 이불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춥다. 선선함을 좀 더 오래 즐기길 바랐는데, 벌써 추워졌다.


#4 차가운 마음

차가운 아침 공기에 마음도 차가워진다. 스산한 바람이 분다. 마음에 겨울이 올 것 같아 난로를 놓아야겠다.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음이 휑하다. 추위에 약한 몸뚱이만큼, 마음도 추위에 약하다. 왠지 울적하고, 마음에 허무가 찾아온다. 매년 겪는 이 차가움 타는 병은 나이가 들수록 더해간다.


그럼에도,


가장 사랑하는 계절은 겨울이다.


겨울의 하얀 눈은 세상을 하얗게 덮는다. 이보다 더 따뜻한 광경은 본 적 없다. 그런 아이러니가 겨울의 매력이다.


차가워진 날씨 때문에 차가움에 민감한 나는, 유독 차가워짐을 느꼈더랬다. 비마저 내린 추워진 가을밤에, 차가움을 지껄이고 싶었다. 그래야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다.


늘 온기를 찾아다니는 나는, 따. 뜻. 함이 좋다. 뜨거운 라테 말고. '따뜻한 라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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