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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Oct 22. 2022

[서평] 초월 의식

# 인간의 의식

난 잡식성 독서가이다. 소설을 읽고 나면, 과학이나 수학책이 읽고 싶어 진다. 그  후 종교, 예술, 철학, 에세이를 돌다가 다시 소설을 읽는다. 이번에 든 책은 분야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놀라운 책이다.


모래 한 알속에 세상이,
야생화 한송이 안에 천국이 보이며.
당신의 손바닥 안에 무한이,
한 시간 속에 영원이 있다.
-윌리엄 블레이크-


저자인 스타니슬라프 그로프는 체코의 의학박사였다. 프라하의 정신의학연구소에서 LSD와 같은 환각물질들의 임상적 효과를 연구하다, 평생 인간의 의식을 연구하게 되었다.
1977년 국제 초개아협회를 창립하여 초대회장을 지낸 바 있다. 굳이 작가이력을 서술한 이유는 어느 작가의 허무맹랑한 주장이 아님을 말하기 위함이다.

초월 의식은 2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자아초월 심리학으로 불리는 비일상적 의식 상태를 연구하게 된 계기와 사례, 특히 의사로서 자신의 경험을 서술한다. 여기서 비일상적 의식 상태란 약물이나 기타 방법을 통해  환각상태(영적, 의식적 상태)로 들어가는 거다.

처음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인간의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기 위함이었다. 1권에서는 비일상적 의식 체험 연구통한, 물질적 세계에서는 도저히 설명 불가능한 영적 세계의 체험들을 소개한다. 연구에서 획득된 수많은 사례를 과학적 방법을 통해 검증하고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이 세계에 대한 조심스러운 인정, 학문의 하나로서 접근을 시도한다. 많은 사실적 자료의 제시를 통해 의식세계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보인다. 이 책은 그가 50년 넘도록 진행한 임상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2권에서는 우리 존재의 근원에 대해 살핀다. 결론만 요약하면, 우리 모두는 우주 지성 즉 절대 의식의 일부분이고, 거기에서 분화된 의식이다. 우주 지성이 이러한 세계를 창조한 이유는 분화되지 않은 절대 의식의 우주적 권태, 즉 단조로움을 극복하려고 벌이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알 수는 없지만. 때문에 세계의 다양성과 가능성, 다이내믹한 전개를 위해서는 선과 악, 삶과 죽음, 미와 추, 사랑과 미움 등 이 모든 것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한다.

지속적으로 설명하면서 역사적 사례 들고, 근대 과학적 사고의 한계를 설명한다. 이 글의 목적은 물질문명과 서양의 산업문명이 단절시킨 우리의 의식을 깨우고자 함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문명에서 발견되는 샤먼과 의식으로서의 흔적들. 결국 모든 것은 절대 의식의 일부이고, 분화된 의식인 우리가 죽음을 통해 물질적 육신을 버리고  의식으로 돌아가 절대 의식과 합일되는 과정. 윤회이다. 융의 집단 무의식으로 설명되었던 절대 의식의 기억은 물질적인 탄생을 통해 망각된다. 그리고 또 삶은 반복된다.

이 책에서도 부처의 깨달음이 소개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즉 나라고 할 것이 없다는 것이 바로 이해됐다. 2천6백 년 전 삼매에 들어 절대 의식을 마주한 한 인간이 남긴 말이, 지금 물질세계의 의사가 지금의 언어로 설명한다. 이해가 된다.

인도철학의 정수라 불리는 바가바드기타에서 크리슈나 신이 자신의 혈육과 전쟁을 하게 되어 괴로운 아르주나 왕자에게 말한다. 저들은 환영일 뿐이라고, 다 죽이라고. 도대체 왜 이 책이 유명한지, 대단한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 알겠다.

무신론자이지만, 의식의 존재는 믿는다. 모든 종교가 한 인간이 경험한 영적 체험에서 분화된 것이라는 저자의 말도 이해가 된다. 지금의 여러 종교가 비난받는 이유가 이 심오한 본질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아 그러한 것임을 알겠다.

우리 모두가 절대 의식에서 분화된 존재임을 알고, 그렇게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면, 지금의 전쟁과 환경파괴를 멈출 수 있지 않을까? 물질적 세계에서 이제 우리의 의식을 깨울 때다.


솔직히 이런 책을 마주할 때마다 놀랍다. 다른 대륙에서, 다른 시기를 살아온 사람들, 특히 신뢰할 만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주장이 모두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 말이다. 옥스퍼드 출신 스티븐 호킹의 제자였던 '피터 러셀'도 <과학에서 신으로>라는 책에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빛에 대한 정의. 빛이 신이 아니고 모든 존재를 이루는 근원적 기반의 첫 표현이고 가장 신비한 수준의 창조이며 모든 형태를 초월한 존재에 가장 근접한 것이라고.


진짜 볼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하나이며, 전체다. 연결된 존재이고, 분화된 의식이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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