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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Apr 07. 2023

절대 꽃사진은 올리지 않기!

#산책길에 튤립

절대 꽃사진은 올리지 않기!


라는, 나름의 철학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꽃과 나무가 예쁘고 좋다. 시간의 변화를 몸으로 보여주는 그 짧은 생명의 반짝임을,


이제야 알겠더라.


젊을 땐, 그냥 스쳐 지나갔다. 그저 꽃이 피고, 지고. 자연 순환의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며, 감흥이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기나긴 겨울을 지나 짧지만 고운 자태를 뽐내고 사라지는 꽃들의 노고에 감사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을 잡아낼 수 있게 됐다.


호수공원 산책길에, 예쁜 튤립 화단이 있었다.


초록초록한 앙증맞은 새싹도 이뻐서 한컷 했는데,


어느 날, 한 두 녀석이 수줍게 나타났더랬다.


몽실몽실 작은 아이들이 힘겹게 얼굴을 비추는가 싶더니,


노란 튤립이 만개했다.


얼마나 예쁜지. 부끄럽지만, 글로 남겨본다.


결코 글을 쓰려고 찍은 사진이 아닌데, 녀석들의 어제와 오늘이 담긴 시간을 남겨주고 싶었다. 벌써 한 두 녀석이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었으므로.


불과 한주 혹은 10일 정도, 그 짧은 화려함을 뽐냈던 노란 튤립을 기념하며.


.

.

.


어르신들 SNS에 넘쳐나는 꽃사진들을 보며,  꽃사진은 나이 듦의 증거로 여겨졌다. 그래서 나이 들어도, 꽃이 아무리 예뻐도 나만 봐야지 했었다.


오늘 난, 나이 듦을 증거를 남겼다. 그래도 좋다.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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