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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Apr 27. 2023

단발머리 C컬 남자

# 3일간의 설렘

교육을 갔다. 출결에 엄격한 교육인지라, 가나순으로 교육생에게 번호를 부여했다. 이프로는 50번. 뭐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데 진행요원이 말했다.


"좌석 확인하고 착석하세요!"


뭐지? 둘러봐도 50번이 보이지 않아, 좌석배치표를 확인했다. 이프로의 자리는 맨 앞자리. 칠판 바로 앞이었다. 그 자리는 고정석. 자리에 번호표까지 붙어있다. 거짓 출석은 불가능하다. 출결과 좌석까지 확인하는 이 빡빡한 시스템이라니. 흐흑.


이프로 옆자리엔 두 분의 남성분이 이미 착석해 있으셨다. 왼쪽엔 나이 지긋한 어르신. 오른쪽은 단발머리 C컬 남자.


갑자기 설렜다. 단발머리가. 다행히 강사님들은 왼쪽에 서서 수업을 하셔서, 부담스럽지 않게 왼쪽에 앉은 어르신의 옆선을 바라보며 수업을 들었다. 단발머리 얼굴은 보지 못하지만, 자꾸만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동작을 한다. 신경이 쓰였다.


어르신은 첫날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하신다. 자연스레 눈도 마주치며 도란도란 이야기가 오가는데, 단발머리는 새침데기다. 얼굴은 보지 못했다. 슬쩍 옆 라인만. 왠지 이프로 나이쯤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관심 생길수록 혼자 어색해진다. 이프로는 관심 없는 척 오른쪽으로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걸지도 않았다.


단발머리에 대한 호기심에 교육장 가는 길이 설렌다. 3일 만에 단발머리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슬쩍 옆을 보고서. 소리만 들려왔다.


네! 안녕하세요~라고 화답하며, 대화는 끝났다.


출석확인을 하러 갔다 자리로 오는 방향에 그의 뒤통수가 보인다. 단발머리, 웬만해선 나오기 힘든 자연스러운 C컬. 머릿결도 여성스럽다. 이프로 최애 헤어스타일인 단발머리에 C컬. 그가 다시 머리를 넘긴다. 함박미소가 지어진다.


'안돼. 티 내지 고 자리에 앉아. 제발 웃지 마.'


속으로 되뇐다. 삭막한 사무실. 익숙한 얼굴을 벗어나 새로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교육의 활력소다. 교육은 피곤하지만, 신선함은 좋다.


단발머리랑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을 할 때쯤, 우연히 그의 생년월일을 알게 됐다. 90년생! 푸핫! 이프로는 X세대(끝자락...) 웬일이니. 웬일이니.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친구쯤으로 생각했는데 ㅋㅋㅋㅋ. 말 걸지 말아야겠다. 신고당할지도 모르니까. 갑자기 단발머리 C컬 설렘이 확 사라진다. 뭐 나이가 비슷해야 친해질 실마리라도 잡지. 이모와 조카사이? 그렇게 이프로의 단발머리 C컬은 3일간의 설렘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인간은 자기중심적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단발머리 C컬 중년남자의 섬세한 심장을 상상한 그녀. 예술가의 기질로 충만한 엔지니어를 상상하며, 멋지게 나이 든 모습에 설레었던 짧은 순간이었다.


아직 얼굴도 모르지만, 단발머리 C컬로 만족한다. 함부로 말 걸진 말아야지.


"혹시 단발머리를 하게 된 이유가...  아 네... 머리는 미용실? 고데기? 관리는..." 정말 고 싶다. 


그리고, 뒤통수 말고 정면도 단발이 어울리는지 정말 궁금하다.


'안돼. 뒤통수를 즐겨. 그래도 궁금해. 안돼. 아름다운 뒤통수 C컬의 행복까지 잃게 될지도 몰라. 욕심내지 마'


To be  continued.  

교육은 6월까지.


- 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지니헤어포렛

(수성구미용실 단발머리 C컬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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