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드한 느낌이란 것

feat, 90년대생이 온다

by 이프로

우리 회사 신입사원들이 부쩍 늘었다. 정부의 정책 따라 10여 년 주기로 조직이 운영되는 공기업 특성이다. 2002년부터 70년 후반, 80년대 생 직원들이 한꺼번에 입사했었고, 2016년부터 90년대 생이 다시 대거 입사했다. 조직 모양이 미쉐린 타이어 같은 느낌이다. 조직 내에 60년대~90년대가 층을 이루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강산이 3~4번 바뀌는 동안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이들이 한 사무실에 있다.


신입사원이 늘어나면서, 회사에서는 좀 올드 한 우리와 다른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90년대 생이 온다’라는 책을 각 부서에 1부씩 배포했다.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90년생이 온다.' 책을 읽고 나서 우리가 90년 대생을 이해하기도 하지만 그 친구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의 발달로 이젠 신상 IT 제품이 두려워지는 나이가 된 올드 한 우리와, 중학생 때부터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90년대 생. 요즘 이 친구들을 통해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벌써 직장 생활 20년 차, 신입사원 때 나도 저렇게 서툴렀을까? 어렸을까? 불안했을까? 긴장했을까?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을까?’ 이 젊은 친구들을 보니 나의 나이 듦이 보인다.


요즘 준비하는 심의자료 작성을 위해 포토샵이나 오토캐드 작업이 필요했다. 어떡하나? 고민하다 양사원한테 물었다.

“양사원, 혹시 포토샵 할 줄 알아?”

“네~ 조금요.~”

뚝딱뚝딱 구글맵 바탕에 필요한 정보를 넣어 깔끔한 지도를 만든다.

“이야~ 어떻게 이런 걸 할 줄 알아?”

“저희 학교 다닐 때 리포트 내려면 좀 써야 해요~ 저 그렇게 잘하는 것은 아니고, 이 정도만 조금 할 줄 알아요~”

“무슨 소리야~ 너무 잘하네. 고마워~”

오토캐드도 뚝딱뚝딱 금방 해낸다. 나도 간단한 기본적 툴은 쓰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당황스럽다. 그런데 신입사원 친구들은 여러 프로그램을 잘 다룬다. 못 하더라도 금방 배운다. 급 올드해진 느낌이 든다.


그 친구들을 통해 신입사원 때 한글과 엑셀, 파워포인트를 잘 못 다루는 선배님들을 한심하게 생각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업무적으로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 아냐?’ 생각했었는데, 돌이켜 보니 부끄럽다. 선배가 되어보니 그때 선배님들 마음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핑계로 들릴 수 있겠지만, 노안이 오고 손도 느려지고 자꾸만 잊어버리고 깜빡깜빡하는 요즘이다. 그때 선배님들도 그랬을 거고, 후배님들도 내 나이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올드해진다는 느낌 말이다.


요즘 신입사원들과 이야기하면 늘 조심스럽다. 유퀴즈에서 어느 자기님이 나이 들면 다 꼰대라 했다. 하지만 꼰대가 아닌 척하고 싶다. 늘 조심하며, 그들의 눈치를 본다. 지루해하지 않는지, 관심 없어하지 않는지. 이 친구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정으로 바로바로 표현해준다. 고맙다. 그래서 라떼이야기 보다 최신 소설이나 작가, 미술, 음악, 영화...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코드가 좀 안 맞다. 신입사원들은 책도 음악도 미술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교양이 없다고 생각해야 되는 건지, 내가 생각하는 기초 교양조차 교양이 아닌 시대인 건지. 헷갈린다. 풋. 이미 나는 꼰대?


나를 더욱 당황시킨 일은 회식자리에서 신입사원들이 스타크래프트도, 심지어 당구도 칠 줄 모른다고 했을 때다. 신입사원들은 리니지 세대이고 지금은 롤, 베그를 한다고 한다. 유희의 장소가 당구장이 아닌 게임방이었다고 해서 정말 놀랐다. 당구장은 (=국민룰)이었는데, 이미 나도 그렇게 나이 들어 버렸나 보다. 이렇게 다르구나. 유머러스하고 싶은데, 유머 코드가 다르다. 어렵다. 고민이 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부장님들의 고무신 신고 소 몰던 라떼이야기도 들었는데,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렇게 다양한 유년을 보낸 세대들이 한 조직에서 부장 차장 대리로 일하고 있다. 정말 놀라운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격변의 역사를 가진 나라가 또 있을까? 신입사원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90년 대생이 온다'에서의 조언은 "진실된 것, 즉 인간에 대한 인사이트에 기반해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곳에 관심을 기울이라. 그리고 연관성 있는 대화 속으로 뛰어들라"였다.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다.


하루는 친한 회사 동기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 친구 말이 더 가관이다.

“야~ 아무 말도 하지 마, 네가 말 시키는 순간 그 앤 스트레스야. 걔랑 웃음 코드도 다른데. 그냥 업무지시만 하고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


한순간도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나이 듦을 느낀다. 단순한 나이를 떠나, 문화적으로 교감할 수 없는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어느 시대에 건 요즘 세대들에 대한 불만은 있어왔다. 소크라테스 살던 때도 젊은 세대들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90년생 친구들이 10년이 지나 후배를 맞이해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매 세대들이 그 후 세대들을 고민해왔지만 잘 성장해왔다. 지금 그들이 유약함, 재미, 간단함만 쫓는 거 같아 걱정되어도, 새로운 세대들은 그 나름대로 또 다른 문화와 트렌드를 만들어 가며 발전하리라 믿는다. 감히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는 멋진 선배의 모습으로 살아가길 늘 소망한다. 노력해야겠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스타도 모르고, 당구도 못 치다니. 그건 너무나 큰 문화충격이다. 완전 올드 해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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