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자유: 영화 1987을 아시나요?
금쪽같은 자유에 대해
요즘 미얀마 사태를 다룬 기사를 읽을 때면, 우리 역사가 떠오른다. 광복 후 들어선 꼭두각시 민주정부, 6.25 전쟁을 겪고 사회혼란과 정치적 분열을 기회로 1961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났다. 우리는 광복 이후 1987년 6.29 민주화 선언이 있기까지 약 40년 동안 권력에 굴종하며 살았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은 언론을 통제한 군부독재세력에 의해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자유를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잔혹하게 살육당한 사건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본 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그 먹먹한 감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몰랐다. 어떤 스릴러 영화나 호러영화보다 긴장되고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주연배우 송강호의 광주 탈출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가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의 지나친 언론의 자유는 이 역사적 순간들이 모여 쟁취된 값진 가치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기에 역사적 소명을 다해야 할 언론의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 당시엔 지금처럼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지도 못해, 국가 권력의 정보 통제가 너무나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지구촌 글로벌 시대다. 공영방송보다 유튜브와 각종 SNS 매체가 더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굉장히 확장된 시대! 그런데 올해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문민정부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며, 쿠데타를 일으켜 미얀마 전역을 피로 물들였다. 사태 초기 많은 미얀마 인들이 한국어로 도와달라는 피켓을 드는 영상을 봤을 때, 가슴이 미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어리숙한 나는 금방 해결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세계평화유지군이라 자청하는 유엔조차 중국 눈치를 보느라 내정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기조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나라도 실질적인 도움과 강한 비판을 드러내고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게 현실이 아닌가 싶다. 세계화와 지구공동체를 들먹이다가도 각 나라의 유불리에 따라 움직이는 이 상황이 정글의 법칙이지 않나 그런 생각 말이다. 미얀마의 기자들은 감금되고 살해되고 있으며, 소수민족 또한 지속적으로 살해되고 있다. 여성의 인권은 물론이요, 국가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인권이 없는 상태다. 기사를 읽다 보면 이것은 인간의 사회가 아니라 마치 인간이 현실 속에 지옥을 만들어 낸 것만 같다. 참담한 기분을 주체할 수 없다.
몇 년 전 본 영화 1987이 생각난다. 영화 엔딩 장면(6월 항쟁 장면)에서 다리가 굳어 버렸던 그 순간. 가슴이 먹먹했었다. 격동의 근대사를 치른 우리나라, 서슬 퍼런 감시와 처벌, 오랜 독재 정권 하에 숨죽이고 살았던 시절이 지금으로부터 불과 30년 전이었다. 정말 고작 30년밖에 안 됐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서슬 퍼런 독재 시기부터 국가의 수반을 손에 든 촛불로 탄핵시킨 참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 전쟁 후 최빈국에서 K-문화로 세계를 누비는 선진국이 된 나라, 세계 경제 순위 10위 안의 경제대국이자, 이제 최첨단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나라. 그 능력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지금 아이들은 역사책 속의 한 장면으로만 기억한다. 아주 오래된 일처럼 자유에 대한 감사를 잊고 너무나 당연한 권리로 여긴다. 굳이 미얀마 사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거쳐 얻게 된 자유를 너무도 당연하게. 이런 영화는 꼭 봐줘야 한다. 지금 세대들이 알아야 할 우리의 역사이자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이기에 말이다.
내년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1997년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있었다. 그 후 우리는 민주주의가 과거로 후퇴하는 정권도 경험했고, 러시아의 라스푸틴을 대한민국에 재현한 정권도 경험했다. 두 대통령 모두, 너무나 부끄럽게도 감옥에 있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이 사건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두 번 다시 소중한 민주주의가 공권력에 의해 훼손되서는 안 된다. 우리의 자유를 어느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최대 권력은 자본와 언론을 장악한 검찰 권력이다. 우리는 영화 '내부자들'에서 봤던 장면을 TV 뉴스에서 본 경험이 있지 않나? 그럼에도 처벌받지 않았다. 우리 앞에 정의라 외치고 있는 그들만의 선택적 정의 때문에 말이다. 우리에게 당연한 자유의 가치는 항상 하지 않다. 새로운 권력에 의해 언제든지 침해받을 수 있다. 우리가 자꾸만 잊어버리는 자유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깨우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의 우리에겐. 세상엔 늘 공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