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책을 읽으며, 급격하게 난 아날로그형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 클라우스 슈밥님이 4차 산업혁명을 설파하실 때만 해도 ‘그렇구나’라고만 여겼다. 기술이 아무리 빨리 발전한다 해도 시간이 걸릴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사회가 이런 기술들을 이용해 발전해 가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반전이 생겼다. 코로나로 언택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멀게 만 느껴졌던 많은 기술들이 삶으로 들어와 버렸다. 이미 구현됐던 기술들이 강제적으로 현실에 적용되다 보니 메타버스의 세계들이 급격히 다가온 느낌이다. 도망가고 싶다.
회사에서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보안등의 이유로 클라우드 PC 체제로 바로 전환되었고, 종이 노트보다 업무용 패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사내 교육도 온라인 체제로 전환되었고, 회의도 서면이나 화상으로 전환되었다. 인공지능 서비스는 포탈만 켜면 내가 샀던 상품을 광고하고, 핸드폰에 깔린 앱들은 수시로 새로운 상품 알람을 주고 있다. 단순 제품 알람이 아닌 내가 관심있어 할 알람들이다. 제페토에 아바타 하나는 만들어야 할 것만 같고, 코인 거래도 해야 트렌드를 따라갈 것 같다. 이제는 VR 기기도 하나쯤 사야 할 것만 같다.
한 달 전에는 미국의 3대 우주기업들이 우주여행까지 현실화시켰다. 버진 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을 선두로, 블루 오리진의 제프 베이 조스가 우주여행을 다녀오시더니,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에서는 민간인까지 우주로 보내셨다. 기술의 속도에 아찔해진다.
어느 강연에서 송길영 님은 메타버스 세계는 이미 왔다고 하셨다. 삶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왔을 뿐이라고. 맞는 말씀이시다. 그래서 더욱 난 아날로그형 인간임을 인식하는 요즘이다. 내가 스마트폰으로 바꾼 이유는 폴더폰이 생산이 중단되어 선택에 여지가 없어서였다. 스마트폰도 전화기 본연의 기능 사용에 충실한 편이다. IT 기술을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다. 배우고 싶은 마음도 없다.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배워야 하는 최소한의 기술들을 쫓아가는 것도 벅차다. 기술이 천천히 발전했으면 좋겠다.
이번 달 사이버 강의로 귀농살이와 시골집짓기 강의를 신청했다. 산책을 하며, 하늘을 보며 살고 싶다.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가끔 글도 쓰며, 블로그 친구들과 조금씩, 천천히 소통하면서 그렇게. 내 손으로 키운 채소를 먹고, 그 생명의 기쁨을 느끼며 살고 싶다.
상당히 진보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앞선 세대들의 발뒤꿈치에 매달려 허덕이며 살고 있음을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시대에 맞게 살아간다는 것에 숨이 차다. 옛날이 그립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던 그때가, 아날로그적 감성이 있었던 그때가, 노랫말을 음미하며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그때가, 휴대폰이 없던 그때가 말이다. 그때가 더 행복하지 않았는지 그런 올드 한 생각을 해 본다.
빨라진 변화 속도에 맞춰 사느라 내가 누구인지, 난 어디에 있는지, 정신줄 놓고 살지 않는지 뒤돌아봐진다. 동시에 아날로그적 삶을 꿈꾸며 산다. 한 발짝 천천히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