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2화
유산 후, 몸은 빠르게 회복되지 않았다. 첫 번째 유산 때보다는 기력이 덜 빠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은 달랐다. 소파술을 받고 출혈이 멈추고, 배의 멍이 옅어져도 내 안의 공허함은 여전했다. 산후 보약도 챙겨 먹으며 몸을 회복하려 애썼지만, 여전히 무기력함이 내게 남아 있었다. 몸이 나아지는 만큼, 마음의 무게는 더 깊어지는 것 같았다.
기능의학과를 찾아가서 피 검사를 하고, 뇌에 염증이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와 함께 우울증도 진단받았다.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지만, 약을 먹으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한 곳에서 멈춰 있었다.
아침이 되면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회사는 여전히 바빴고, 사람들은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내가 쉬는 동안 회사는 그대로 돌아갔고, 나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회의에서 자료를 들여다보며 설명을 듣지만, 내 머릿속에는 계속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책상 위에는 휴가 전과 다름없이 업무들이 쌓여 있었고, 팀원들은 평소처럼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내 시간만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아무리 평범하게 미팅을 하고, 메일을 주고받아도, 한 달 전 일어난 사건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회사에 구조조정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부서마다 감원 얘기가 오가고, 누군가는 책상을 정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나는 가만히 내 자리를 바라봤다. “이곳에서 안전할까?” 아니, 내가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유산을 하고도 출근을 해야 했고, 회사에서는 여전히 성과를 내야 했다. 하지만 내 몸도, 마음도 예전과 같지 않았다.
가끔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나 자신이 낯설었다. 내가 정말 이곳에 계속 있어야 할까? 아니면, 내 몸과 마음을 더 우선해야 할까?
유산 후에도 삶은 계속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