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3화
구조조정 소문이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배경을 알게 된 순간, 모든 것이 더 허탈해졌다. 단순한 실적 문제가 아니었다. 회장은 대표를 탐탁지 않아 했고, 팀장은 대표 라인에 속해 있었다. 그리고 그 팀장이 이끄는 마케팅 부서는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회사의 정치 싸움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부서마다 감원 이야기가 돌았고,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졌다.
그때 나는 더욱 가혹함을 느꼈다. 유산 후 간신히 복귀했지만, 또 다른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인사평가 시즌이 다가오자 불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병가로 인한 공백이 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걸 알았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돌아온 결과는 예상보다 냉정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10년 차 직장인인 내가 이직을 할 때도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 제2의 직업을 고민하며 9개월을 쉬다가 다시 이곳에 재취업했고, 지난 1년 동안 나는 치열하게 일하며 성장해왔다.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유산 후 병가는 나에게 또 다른 낙인이 되었다. 회사는 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고, 오직 숫자만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동료들 역시 불안했다. 모두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썼고, 나는 더 이상 같은 에너지를 낼 수 없었다. 내 몸은 여전히 회복 중이었고, 마음은 이미 지쳐 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퇴사'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이곳에서 더 버틸 수 있을까? 아니, 버텨야만 할까?” 하지만 내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유산을 두 번이나 겪었지만, 그동안 쌓아온 경력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선택지가 보였지만, 나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었다. 내 커리어를 위해 쉼 없이 달려왔고, 성취를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내 몸과 마음이 견딜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이 회사를 떠나야 할까? 아니면, 다시 버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