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친구가 내게 돈을 빌리며 이런 말을 했다.
어릴 땐 미래가 한 10년 쯤 뒤,
그리고 대학생 땐 미래를 5년쯤 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미래가 다음달 월세 낼 때가 됐네.
밥 걱정, 월세 걱정 참 비루하다.
이걸 해결하면 더 멋져질 것 같은데.
그리고 이번 겨울이 끝나갈 때 쯤 빌렸던 돈을 다 갚았다.
이번엔, 매번 돈을 빌리는게 미안하다며 선물을 하나 줬다.
오래된 포켓몬 장난감.
얼마 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켓몬이 무엇인지 물어봤던 것이
이걸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난 피식 웃으며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설명서가 따로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단순하고 조악한 장난감이었다.
태엽을 돌리면 얼마간 방정맞게 앞으로 가다가
서서히 멈추는.
웃겨서 친구한테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제조년도 봤어?
1999년이야. 우리가 10살 때 만들어졌어.
친구는 8년간 살았던 혜화동을 떠나 이사를 한다고 했다.
조악했던 20세기 장난감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