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코끼리의 나날
내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의 하나는,
왜 스토리의 제목이 Days of walrus냐 하는 것이다.
그림 안에도 walrus 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기도 하니
뭔가 큰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단지 내가 비틀즈의 I am the walrus 라는 곡을 좋아하는 탓이다.
이 곡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존 레논은 어느날 자신의 모교로부터 한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의 곡을 수업시간에 해석하며 수업의 교재로 쓴다는 것.
공교롭게도 존 레논은 모교의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너같은 애는 무엇을 하든 실패할 거다’ 라는 비난을 들었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존 레논은 일부러 말도안되는 가사로 이 곡을 쓰며
‘어디 이것도 한 번 해석해봐라’ 라는 식으로 곡을 완성한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곡이 바로 I am the walrus다.
가사를 보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문득, 산다는 게 그 노랫말과 같이 이해하기 힘든 일들의 연속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슬픈만큼 그 사람은 기뻐야 할텐데 왜 우린 모두 슬펐던 것인지.
사랑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동시에 미워할 수 있는 것인지.
빗속에서 선탠을 하는 노랫말의 풋내기와 나는 얼마나 다른 삶을 사는걸까.
사는게 농담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 이 끝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도
이 거대한 허무와 위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떠돌고 있다.
10개월간의 스토리픽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그동안 심적으로 지쳐서 나를 돌보지 못했는데,
이젠 나를 위한 시간들을 좀 가져볼 생각이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겠지만
잠시 멈추어 서서
그동안 떠돌아 다녔던 발자국들에 어떤 방향성을 이름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