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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호 Feb 09. 2024

책만이 멈출 수 있는 매체이다

영상은 나의 걸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책만이 멈출 수 있는 매체라고 느껴 (원문)


이 문장은 나를 꽤나 오래 멈추게 했다.


현시대, 유튜브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클릭만 하면, 자동으로 흘러가고,

    영상 제작자가 진행과 편집에 엄청난 시간을 쏟아부었을 테니,

    내 귀에 정보들이 쏙쏙 박힌다.


책은

    시선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해야만 배울 수 있다

    다음장을 넘겨야만 배울 수 있다

    영상은 알아서 진행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영상을 보면 학습하는 것에는 인지적 부담이 거의 없다.

그러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


우리는 무엇을 잃었나?

    나의 걸음을 잃었다.


내 생각 속도에 맞추려면 영상을 몇 배속 해야 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애초에 책은 습득의 모든 과정을 내가 주도해야 한다.


또, 영상을 보면 다음 추천 영상이 뜨기 마련.

    뇌는 그것을 보는 즉시 ‘야, 클릭해. 클릭만 하면 넌 20분 동안 정보를 얻게 되는 거야’라고 외친다

    멈추기 어렵다. 개인을 조종하려 든다.


영상은 나만의 걸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시대는 변하지만, 책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대로 멈춰있는 것처럼만 보인다


필자의 말대로, 멈춤은 도태와 어울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프라인 서점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지만, 그 안에 있는 책들의 가치 제안이 약화된 것은 아니다. (너도 나도 책을 내기 때문에, 책이 하향 평준화 되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나, 난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지적자본론>의 마스다 무네아키가 말하듯,

    서점의 위기는 ‘제안 판매’를 무시하고 책 그 자체를 판매하려 하기 때문이다.


생각하기 위해서는 멈추어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멈출 수 있는 사람. 멈추어야만 기록할 수 있고, 그래야만 메타 인지할 수 있다.


언제든 멈출 수 있고 언제든 다음 장을 넘길 수 있는 책처럼

실행과 멈춤을 자유재자로 부리는 시스템.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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