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Color Rush

Color Rush

유언이 그거 하나였다 너는 이러면 되는 애가 아니야

by Dear U

- 나 따라하지 마. 연아. 알겠지?

왜 또 나만 안 되는데.

- 넌 이렇게 죽을 애가 아니야.

짜증 났다. 나도 이유라면 얼마든지 많고 더 이상은 동반할 사람도 없는데. 걔마저 나를 문턱 밖으로 밀었다. 가. 가라고. 택시를 잡아 태우고 이만 원까지 쥐여줬다. 이거 노잣돈이라더니, 뭘 타고 갔을까. 그 애에게 갔다. 오른쪽 구석에 선물이랍시고 놔뒀던 사랑방 캔디가 다 녹아서 엉겨있었다. 그게 서러웠어.


누가 그러더라 내가 우울에 대해 예의있게 쓴다고. 나는 왜 죽음까지 친절해야 해? 모든 충동과 자극을 뇌에 때려박는 그 순간에도 왜, 어째서 예의를 생각해야 해? 그거 되게 분하다. 나는 봤거든. 그들은 배려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하나부터 열 하나까지 봤거든. 근데 왜 난 보이면 안 되지? 왜?


사랑받고 싶어서 이 직업을 선택했다. 명분이 있는 일을 하는 게 좋았다는 사수의 말도 수긍한다. 내 명분은 살고 싶어지는 것과 사랑받는 것에 있다. 애정에 집착한다는 친구의 말도 부정은 못한다. 얻으려 하지 않으면 얻어지지 않았다.


빗대면 그 애는 나에게 저녁 7 시의 노을이었고. 정말 아무것도 아니면서 나를 뒤섞은 장본인이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엄마가 미안해서라도 나를 막 키웠으면 했다. 엄마는 죄책감이 없었고, 없다. 그러므로 나는 철저하게 키워졌다. 이건 나를 사랑했던 간호사에게 들었던 말. "너는 죽을 사람 치곤 미련이 강해." 뭐가 그리 아쉬워, 라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 물고기가 익사했다. 금붕어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여하튼 금붕어는 익사한 게 맞아요."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새벽에 마지막으로 본 그것은 어항을 깨뜨릴 기세로 몸부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물 속에서 숨쉬지 못했으니 그렇게 몸부림을 쳤겠지. 붕 뜬 하얀 배를 물끄러미 보다가 속으로 사망 선고를 내렸다. /


나는 불행해서 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 사랑은, 불행이 있은 후에야 뒤따라오는 것이 되었다. 그 해 초여름 누군가와 사랑을 했고, 다음 해 봄 무렵에 내가 바스라질까 다가오는 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피할 수 없었지. 그보단 피하고 싶지 않았고. 불가항력이라고.


바쿠, 내가 한숨 쉬는 버릇을 고쳤는데. 당신이 그런 말을 하고 난 후였어. "왜 한숨을 쉬어. 내가 한숨 쉬면 입에서 꽃 향기 난다고, 몸에서 꽃 다 쏟아진다고 몇 번을 말해."


자살을 뒤집으면 타살이다. 더 이상 살자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이미 충분히 죽어가며 살고 있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자살하고 싶은 건 아닌데, 타살은 무섭고. 그렇지만 죽었으면 한다. 전기 고문에서 살아난 사형수는 고문 당시 죽는다고 생각하기 직전 땅콩버터 맛을 느꼈다고 했다. 당장 죽어가는 입 안에는 쓴 맛만 감도는데. 죽으면 포도 맛이라도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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