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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 Jul 05. 2023

(일기) 오래 묵은 욕심, 오래 묵은 희망

아마도 처음으로 제대로 된 회사에- KDI에- 출근하기 직전의.


다 가져갈 수는 없는 법이다. 온갖 것들이 몸집을 불려나가는 화창한 초여름 창천백일에 나는 욕심의 몸집을 줄일 생각을 하면서 앉아 있다. (키보드가 아니라 종이와 펜이었으면 훨씬 멋있었겠지.) 오래 묵은 욕심은 몸의 일부가 되어서 떼어내자니 생살처럼 아프다. 항상 주어진 것보다 욕심이 많았던 듯하다. 그래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내 몸무게는 정해져 있다. 혈기가 방장하던 때 좀 더 사근사근하고 상냥한 마음으로 인생을 대했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후회를 해본다. 많은 욕심들이 분노와 억울함에서 비롯되어 굳은살이 된지라. 그래도, 어쩔 수 없었으므로 그렇게 된 것이다. 후회에도 너무 발목 잡혀 있지 않아야겠다. 스물여덟 살 언저리에 조그맣게 돋아난 싹들이야말로 사실은 아주 오래된 희망들이다. 난곡 입구에서, 인천에서, 수유리에서 심었던 씨앗들이다. 부디 가을에는 줄기가 튼튼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2015.07.05)


어떤 욕심을 떼어내고 어떤 희망을 기르려고 품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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