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by 테리업

동화 백설 공주에 나오는 왕비는 매일 거울에게 물어본다.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원하는 대답을 들을 확률은 매우 낮다. 거울이 어떤 미적 기준으로 대답을 줄지 알기 어렵다. 상세하게 "우리 왕국에서 가장 얼굴이 예쁘고, 갸름하고, 키와 얼굴의 비율이 좋고, 눈이 크고 옷태가 나는 사람이 누구니?" Chat-gpt에게 질문하듯 여러 조건을 달아서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 조건을 단다면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겠지. 만약 왕비가 "나의 매력은 무엇이니?" 같은 개방형 질문을 했으면 이야기는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나도 왕비처럼 답이 정해진 질문만 하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생머리인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다. 중학생 때는 두발규정이 있었는데, 귀밑 5cm까지 허용되었다. 나처럼 곱슬머리인 아이에게 단발은 최악이었다. 매직을 하지 않으면 내 머리는 영원히 단정해질 수 없었다. 부모님은 너는 그대로도 예쁘다며 안 해주셨다. 나는 내 모습이 싫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빗고 당겨봐도 펴지지 않고, 거울 속 내 머리도 여전히 구불구불하다. 거울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현재의 모습은 더 참기 어렵다. 거울에 비친 내 피부는 푸석푸석하다. 얼굴과 몸은 커다란 물풍선이라도 들어있는 것 같다. 눈썹과 입은 평행선을 그린다. 눈동자는 허공을 보는 듯 상이 흐릿하게 보인다. 거울 속 내가 낯설다. 얼굴 좀 작아 보이라고 붕어 입술 모양을 해본다. 턱을 눌러보고 작아진 옷을 몸에 맞춰보려고 애쓴다. 하지만 초라한 모습만이 거울에 있을 뿐이다. 거울에 비친 나는 괴물이다.



거울 속, 보고 싶지 않은 '나'가 있다. 눈을 감고 환상 속 내 모습을 보며 자기만족을 한다. 현실의 나는 왜 곱슬머리이고, 쌍꺼풀이 없는지, 왜 선생님들은 내 이름을 기억해주지 않는 걸까. 그래서 나는 상상을 먹는다. 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처럼 특별한 존재가 되어 사랑받는 상상을 해본다. 다른 친구들이 아이돌에 열광하고, 연애 소설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을 내심 내려다보았다. 나는 ‘너희와 다르다’라고 생각했다. 거울을 다시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상상 속 나처럼 변하지 않았다.



백설공주는 왕비가 꿈꾸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럼 나도 왕비가 백설공주를 없애려고 했듯, 이상을 지우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더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현재는 바라보지 않고, 이상적인 내 모습을 끊임없이 그렸다. 그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나, 거짓된 '나'이다. 나의 매력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그런데 나에게는 매력이 안 보인다. ‘넌 따뜻한 사람이야. 항상 성장하려고 하는 사람이야.’ 주변 사람들이 말해주는 이것이 내 매력인가? 남들이 말해줘야만 매력으로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다. 말해준다고 해도 나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 나 스스로 나를 들여다볼 준비가 필요하다.



왕비의 거울은 거짓말쟁이일지도 모른다. 왕비는 거울에게 홀려서 시간도 버리고 죄도 짓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나도 거울에 홀렸을 수도 있다. 환상 속 내 모습과 다른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보며 나는 틀렸다며 나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의 나는 또 거울에게 질문한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지,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지 묻는다. 그런데 그 대답이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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