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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주 Jul 09. 2021

예비 작가들의 흔한 다짐

더 나은 작문을 위한 세 가지 습관


프리랜서 작가로 먹고살기 위해 잘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다짐하는 일이다. 정해진 루틴이 없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늘어지기 일쑤인 만큼 더 자주, 더 독하게 자신을 다그쳐야 한다. 작심삼일이라면 삼일마다 작심하라는 말마따나, 다짐 전문가가 돼야 한다. 다시 다짐하자는 다짐까지 해봤다면 이미 자격은 충분하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습관으로 들일 지를 정할 차례다. 나는 지난해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며 작가로서의 만족을 찾는 중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다시 채찍의 먼지를 털고 스스로를 다그칠 때라고 느꼈다. 방학 동안 어떻게 꾸준히 양질의 글을 써낼 건지를 고민하게 됐고, 다음 세 가지 습관을 들이자는 결론에 다다르게 됐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일상 속 글감 찾기, 자투리 활용하기 그리고 설계도 짜기다.


에세이나 수필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글이다. 드라마틱한 경험을 재미없게 써낼 수는 있어도, 평범한 일상을 드라마틱하게 써내기란 힘들다. 글이 되는 건 보통 남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경험들이다. 브런치에 여행에 관한 글이 특히 많은 이유는, 여행 중엔 매일마다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만큼 글감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을 전부 여행으로 채울 순 없는 노릇이다. 결국엔 다시 지루한 일상 속으로 던져지고 만다. 꾸준히 글을 발행하기 위해선 일상 속에서 글감을 발견하는 훈련이 선행돼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메모장과 수첩을 준비하고 머릿속에 드는 아이디어를 받아 적으면 된다.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 순간부터 글감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이것을 군대에서 경험했다. 주변에 산밖에 없는 따분한 그곳에서 오히려 나는 사회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일상을 똑바로 응시하면 곳곳에 글감이 숨어있다. 먼저 이를 붙잡아야 한다.

 

평범한 대학생에게 자투리 시간이라 함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일 공산이 크다. 특히 어딜 가든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경기도민이라면 자투리 시간은 더 많이 주어지게 된다. 나는 그동안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거나, 모바일로 체스를 뒀다. '이 정도야 뭐'라며 가벼이 여기는 시간이지만 일주일, 한 달이 지나면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이 된다. 그렇다면 이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답은 진부하지만 독서와 글쓰기다. 좀 더 강조하고 싶은 쪽은 글쓰기다. 요즘에도 종종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독서하는 이들을 보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이는 글쓰기가 다른 행위들보다 능동적인 작업이며 품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창의적인 영감이 찾아오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자투리 시간인 경우가 많다.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면 온갖 아이디어가 몰려든다. 다양한 장소와 사람을 마주치는 만큼, 글이 더욱 다채로워지는 건 덤이다.


일기장처럼 SNS를 운영하는 이들에겐 꾸준히 글을 올리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일전에 언론고시를 준비할 겸 논술 특강을 들은 적 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가르침은 글을 쓰기 전 설계도를 짜라는 것이었다. 글의 논지와 논거는 무엇인지, 문단별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빠른 시간 내 스케치를 하고 작성을 시작할 것을 주문했다. 그렇게 하면 글이 방향을 잃고 두리뭉실해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시간이 촉박한 논술 시험에나 어울리는 야전형 작법이기는 하나, 일상적인 글쓰기와의 접점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물론 문단마다 무슨 내용을 쓸지 세세하게 정하라는 건 아니다. 설계가 자세해질수록 '창작의 맛'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론-본론-결론 형식의 다섯 문단짜리 글을 뼈대로 삼는데, 이때 전체 글의 주제와 문단별로 무슨 이야기를 할 건지만 정해도 충분하다고 느낀다. 이러한 최소한의 형식은 글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일을 막아주기에, 속이 꽉 찬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로써 백만 한 번째 다짐이다. 첫 장만 뜯어내면 될 수첩들을 뒤로하고 새 수첩을 샀다. 보통 습관이 형성되는데 두 달이 걸린다고 하니, 방학 동안만이라도 지켜보자는 다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천재적인 작가도 매일 다섯 시간씩 글을 쓴다는데 이마저의 노력 없이 성공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일 것이다. 부지런히 글감을 찾고,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고, 글의 설계도를 짜는 버릇을 들인다면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바라던 모습에 다가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다짐만 점점 세련돼 가는 걸 보니 프리랜서 작가가 코앞인가 보다. 자전거를 배우는 일처럼, 글쓰기 실력도 넘어진 횟수만큼 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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