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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처입은치유자 Jul 29. 2017

제갈공명36# 진짜 고수는 구라가 없다

제갈공명 병법서로 배우는 현대적 리더십

안녕하세요. 제갈량의 병법서 심서(心書)를 통해

리더십을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는

상처입은치유자입니다


원래 제갈공명 글에는 경지(境地:수준)같은 내용은

잘 다루지 않는데 오늘은 그런 글이 있네요

15장. 부진(不陣: 군진을 치지 않음)편 글을 통해

제갈공명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봅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잘 다스리는 자는 군사를 일으키지 않고

군사를 잘 일으키는 자는 진을 치지 않으며

군진을 잘 치는 자는 전쟁을 하지 않고

전쟁을 잘 하는 자는 패하지 않으며

잘 패배하는 자는 망하지 않는다


선리자 불사 善理者 不師

선사자 부진 善師者 不陣

선진자 부전 善陣者 不戰

선전자 불패 善戰者 不敗

선패자 불망 善敗者 不亡


오호~좋은 내용이 많습니다

저는 역순으로 밑에서부터 해석해 봅니다




선패자불망 善敗者 不亡

(잘 패배하는 자는 망하지 않는다)


사업이란 원래 잘 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사업에 성공하는 자는

몇번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난 사람입니다


실패는 누구나 언젠가 한 번쯤은 다 합니다

 때 어떻게 실패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다시 일어서느냐

그게 진짜 역량이라고 합니다

선진국 스타트업에서 실패경험을

우대하는 데는 그러한 이유가 있는 것이죠


잘(?) 실패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할 때마다 매번 실패한다는 뜻이 아니라

실패를 하더라도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여지, 기회, 기반이

남아 있도록 미리 준비해둔다는 뜻입니다


전쟁에서도 패해서 다 죽을 것 같으면

후일을 기약하고 항복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자 방법입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아직 완전히 망한 것이 아닙니다


“에이 말도 안돼. 그런 게 어딨어

우리나라처럼 담보에 목줄 잡힌 사장들이

부도와 신용불량의 늪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가 없는데, 무슨~ 말도 안돼!”


맞습니다. 인정합니다

제 말은 실패할 경우에도

마지막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쉽지 않네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실패에 가혹한 환경에서는

더 더욱 그렇습니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고

가족까지 잃은 경우를 많이 봐서 일까요


그러나, Naive(순진)하게 들릴지 몰라도

신용을 잃었어도

신뢰를 잃지 않았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선전자 불패 善戰者 不敗

(전쟁을 잘 하는 이는 패하지 않는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요?


일반적으로 병법에서

전쟁을 잘 하는 장수는

이겨놓고 싸운다고 하지요


싸워서 이길만한 전투력이나 상황을

미리 준비해서 만들어 놓고

전쟁에 임해야 승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보니 싸움이 안되거나 패할 것 같으면

화친을 하거나 연합하거나

승부를 미루거나 도망가거나 해서

승부 자체를 결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편히 자고

질 것 같은 전쟁은 아예 싸우지 않으니

전쟁을 잘 하는 이가 패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선진자 부전 善陣者 不戰

(군진을 잘 치는 자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진(陣)을 친다는 건 판을 짠다는 뜻입니다

전문용어로 ‘설계한다’고 합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말을 들어보셨죠?

화투판 구라꾼이나 전문적인 사기꾼들은

사기를 치기 위해 작전을 짜는 데

이걸 ‘설계’라고 합니다


전쟁에서 전략과 전술이 작전이며, 설계입니다

작전에 따른 군진이 잘 펼쳐지면

이미 판이 짜지고 틀이 갖춰진 것이니

이길수 없는 전투라 판단한다면

적들이 함부로 승부를 걸어오지 못합니다




선사자 부진 善師者 不陣

(군사를 잘 부리는 사람은 진을 치지 않는다)


군사를 잘 일으키고 부리는 사람은

장수중에서도 최고 레벨입니다

전략과 전술의 한계를 뛰어넘었으니

이른바, 대본이 필요없다는 뜻입니다

(작전, 설계, 모두 필요가 없는 경지입니다)


화투판에서 진짜 고수는

구라와 사기가 없다고 하죠

있는 그대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는 뜻입니다




선리자 불사 善理者 不師

(잘 다스리는 자는 군사를 일으키지 않는다)


잘 다스린다는 것은 모든 것이 이치에 닿아

국민, 군사, 국가가 부강하니

적들이 감히 덤빌 엄두가 나지 않아서

굳이 군사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모든 것이 이치에 맞게 다스려지니

안팎으로 다툼이 없다면

인자무적(仁者無敵 : 어진 이는 적이 없다)의

지고무상한 높은 경지입니다


-상처입은치유자-




근데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제갈량은 심서(心書)에 최고의 경지를

불사(不師: 군사를 내지 않음)라고 써 놓았는데

왜 굳이 15장의 제목을

부진(不陣: 군진을 치지 않음)편이라 했을까요?


노자의 도덕경 68장.배천(配天)편살펴보면


“뛰어난 용사는 별로 강해 보이지 않고

잘 싸우는 사람은 쉽게 성내지 않고

적을 잘 이기는 사람은 다투지 아니하고

사람을 잘 쓰는 사람은 남보다 아래에 처신한다


남과 다투지 않는 이러함을 덕(德)이라 하고

이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고 사람을 쓰는 힘이라

예로부터 하늘에 견줄 만한 지극함이라 한다”




책을 써서 글을 남긴다는 것은

누군가 후대에 책을 보고 공부하라는 거겠죠


배천(配天:하늘과 짝을 이룸)의 경지가

불사(不師:군사를 일으키지 않음)의 경지와 유사합니다


아마도 제갈량이 생각하기에

불사(不師)는 거의 도(道)의 경지에 가까운 지라

후대가 공부해서 현실적으로 다다를 수 있는

최고 수준이 부진(不陣)이라고 봤던 것 같습니다


뭐 이것도 주관적인 제 추측일 뿐입니다




이번 15장 부진편에서는 배운 게 많습니다


뉴질랜드어로 ‘겁나 빠르게’라고 해서

Bloody Quick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빨리 실패하고 빨리 배워 재도전하는 시대


그러나, 세상살이는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에 대한 선택조차 본인이 하지 못하면

아무리 빨리 실천하고 배워도 별 소용이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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