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망트망 Oct 07. 2021

비건 하면 과자 못 먹는다고요?

비건 과자 모음 : 달달편




추억 속 과자



유치원 다닐 때 일주일에 한두 번씩 용돈을 받곤 했다. 과자 하나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었는데 용돈을 받은 날에는 동네 슈퍼에 달려가 어떤 과자를 고를지 한참을 고민하곤 했다. 딱 하나밖에 살 수 없었기 때문에 가격 대비 양까지 고려해가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과자 고르는 데에 그렇게까지 진심이었던 이유는, 유난히 '건강식'을 중시했던 집안 분위기 탓에 집에는 과자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 먹는 과자가 나에게는 너무 소중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데 나는 그때의 기억을 아직도 꼭꼭 끌어안고 있는지 지금도 과자는 '특별한 날 먹는 것' '소중한 것'이라는 의미로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건을 지향하기 전 가장 크게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과자 못 먹을 텐데'였다.


* 과자에는 수많은 동물이 들어간다. 소, 돼지, 닭, 소의 젖, 닭의 알 등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그때의 걱정이 민망스러울 정도로 요즘은 기분에 따라 달달한 과자, 짭짤한 과자 등 종류별로 골라 먹는다. 혹시나 예전의 나처럼 과자 못 먹을까 봐 비건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동안 열심히 찾아 먹은 과자들을 모아 정리해 봤다.






로투스 비스코프 크림




일명 커피 쿠키로 유명한 로투스 비스코프의 샌드 버전. (참고로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로투스 비스코프도 비건이다.)


크림이 들어간 쿠키여서 별 기대 없이 성분표를 봤는데, 소의 젖은 물론 아무런 동물성 재료도 들어가지 않은 과자였다.


감격하며 구입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또 한 번 감격했다. 로투스 쿠키 특유의 캐러멜 맛과 크림의 조화가 너무 잘 어우러졌다. 논비건 친구도 맛있다고 깜짝 놀랄 정도였다.






사또밥




예전에 친구랑 마트에서 내가 먹을 수 있는 과자 (= 비건 과자)를 찾아 온갖 과자를 다 뒤집어 본 적이 있는데 (성분표가 뒷면에 있기 때문에) 그때 둘 다 깜짝 놀랐던 제품이 바로 사또밥


생긴 것과 다르게(?) 의외로 동물성 원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비건 과자다. 그 당시만 해도 비건 표시가 없었는데 요즘 사또밥에는 비건 표시가 딱 붙어있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한번 뜯으면 멈출 수 없는 맛이다. 달달 + 살짝 짭짤 + 사르르 녹는 식감까지, 어렸을 때 먹었던 그 맛 그대로다.






오사쯔 맛탕




오사쯔에는 소젖이 들어간다. 신상이 나왔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집어 봤던 오사쯔 맛탕. 그런데 무슨 일인지 신상인 오사쯔 맛탕에는 소젖이 들어가지 않는다. 너무 좋아서 바로 집어왔다.


맛은 오사쯔랑 비슷한데 맛탕처럼 겉에 설탕 코팅이 되어있다. 달달한 맛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런 맛




(+) 사진은 못 찍었지만 고구마깡도 비건이다. (깡 시리즈 - 감자깡, 양파깡, 옥수수깡 - 중 비건인 과자는 고구마깡 하나)






조청유과




꿀이 들어갔을 것처럼 생겨서 비건이 아닌 줄 아는 분들도 있는데, 조청유과는 꿀이 아니라 현미 조청이 들어가서 비건이다.


튀기고 + 달달하게 코팅했으니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 바삭하고 단 게 당길 때 딱이다.






'먹는다'는 것의 의미



식생활에서 비건을 지향한다는 것은, 매일 별생각 없이 먹었던 것들에 대해 의식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다고 할 수 없는) 것들까지 의식하기 시작하면, 예전에는 너무나 '당연해서' 그냥 넘어갔던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식탐도 있는 편이고 맛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단순하게 먹는 걸 좋아한다고 결론짓기에는 일관성이 없었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일이 바쁜 와중에 끼니를 챙겨 먹어야 하거나 불편한 상대와 식사를 해야 할 때면 먹는 행위가 전혀 즐겁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맛있다는 걸 먹어도 전혀 맛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는다'는 행위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휴식 休食



나에게 먹는다는 것은 '쉼'을 의미한다. 그래서 쉬는 게 가능하지 않을 때 (일이 바쁠 때라던가 마음이 편치 않을 때 등등)는 먹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쉴 수 없기 때문에 배만 채우고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행위가 된다. 심지어 먹는 행위 자체가 고역일 때도 있다.



반대로 휴식이 가능할 때 '먹는다'는 건 아주 중요해진다. 고생한 나에게 먹는 행위를 통해 '쉼'을 제공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때문이다.




'먹는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을 때는 무언가를 못 먹게 된다는 것 자체가 큰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마음대로 못 먹게 된다는 것 때문에 비건을 시작하기가 꺼려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먹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무엇을 못 먹게 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떤 상황에서 먹는지, 누구와 먹는지, 그리고 그 음식이 나에게 진정한 쉼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



지금은 과자를 종류별로 먹지 못한다며 원통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과자 중 동물의 희생 없는 과자를 신중하게 골라 그 과자와 함께 쉼을 만끽하는 것이 큰 행복이 되었다.






이전 15화 맛있어야만 하는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