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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망트망 Oct 07. 2021

비건 하면 과자 못 먹는다고요?

비건 과자 모음 : 달달편




추억 속 과자



유치원 다닐 때 일주일에 한두 번씩 용돈을 받곤 했다. 과자 하나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었는데 용돈을 받은 날에는 동네 슈퍼에 달려가 어떤 과자를 고를지 한참을 고민하곤 했다. 딱 하나밖에 살 수 없었기 때문에 가격 대비 양까지 고려해가며 꽤 진지하게 고민했다.



과자 고르는 데에 그렇게까지 진심이었던 이유는, 유난히 '건강식'을 중시했던 집안 분위기 탓에 집에는 과자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 먹는 과자가 나에게는 너무 소중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데 나는 그때의 기억을 아직도 꼭꼭 끌어안고 있는지 지금도 과자는 '특별한 날 먹는 것' '소중한 것'이라는 의미로 남아있다.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 과자는 그런 의미이기 때문에 비건을 지향하기 전 가장 크게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과자 못 먹을 텐데'였다.


* 과자에는 수많은 동물이 들어간다. 소, 돼지, 닭, 소의 젖, 닭의 알 등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예전의 걱정이 민망스러울 정도로 요즘도 기분에 따라 달달한 과자, 짭짤한 과자 등 종류별로 골라 먹는다.



혹시나 예전의 나처럼 과자 못 먹을까 봐 비건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동안 열심히 찾아 먹은 과자들을 모아 정리해 봤다.



비건 과자 시리즈, 그 첫 번째는 달달한 과자 모음이다.







로투스 비스코프 크림




일명 커피 쿠키로 유명한 로투스 비스코프의 샌드 버전. (참고로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로투스 비스코프도 비건이다.)


크림이 들어간 쿠키여서 별 기대 없이 뒤집어 봤는데, 무슨 일인지 소의 젖은 물론 아무런 동물성 재료도 들어가지 않은 과자였다.


감격하며 구입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또 한 번 감격했다. 로투스 쿠키 특유의 캐러멜 맛과 크림의 조화가 너무 잘 어우러졌다. 논비건 친구도 맛있다고 깜짝 놀랄 정도였다.






사또밥




예전에 친구랑 마트에서 내가 먹을 수 있는 과자 (= 비건 과자)를 찾아 온갖 과자를 다 뒤집어 본 적이 있는데 (성분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그때 둘 다 깜짝 놀랐던 제품이 바로 사또밥


생긴 것과 다르게(?) 의외로 동물성 원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비건 과자다. (그 당시만 해도 비건 표시가 없었는데 요즘 사또밥에는 비건 표시가 딱 붙어있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한번 뜯으면 멈출 수 없는 맛이다. 달달 + 살짝 짭짤 + 사르르 녹는 식감까지, 어렸을 때 먹었던 그 맛 그대로다.






오사쯔 맛탕




오사쯔에는 소젖이 들어간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뒤집어 봤던 오사쯔 맛탕. 그런데 무슨 일인지, 신상인 오사쯔 맛탕에는 소젖이 들어가지 않는다. 너무 좋아서 바로 집어왔다.


맛은 오사쯔랑 비슷한데 맛탕처럼 겉에 설탕 코팅이 되어있다. 달달한 맛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런 맛




(+) 사진은 못 찍었지만 고구마깡도 비건이다. (깡 시리즈 - 감자깡, 양파깡, 옥수수깡 - 중 비건인 과자는 고구마깡 하나)






조청유과




꿀이 들어갔을 것처럼 생겨서 비건이 아닌 줄 아는 분들도 있는데, 조청유과는 꿀이 아니라 현미 조청이 들어가서 비건이다.


튀기고 +달달하게 코팅했으니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 바삭하고 단 게 당길 때 딱이다.






'먹는다'는 것의 의미



식생활에서 비건을 지향한다는 것은, 매일 별생각 없이 먹었던 것들에 대해 의식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다고 할 수 없는) 것들까지 의식하기 시작하면, 예전에는 너무나 '당연해서' 그냥 넘어갔던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식탐도 있는 편이고 맛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난 먹는 걸 좋아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순하게 먹는 걸 좋아한다고 결론짓기에는 일관성이 없었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일이 바쁠 때 끼니를 챙겨 먹어야 하거나 불편한 상대와 식사를 해야 할 때면 먹는 행위가 전혀 즐겁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맛있다는 걸 먹어도 나에게는 전혀 맛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먹는다'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휴식 休食



나에게 먹는다는 것은 '쉼'을 의미한다. 그래서 쉬는 게 가능하지 않을 때 (일이 바쁠 때라던가 마음이 편치 않을 때 등등)는 먹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몸이든 마음이든) 쉴 수 없기 때문에 배만 채우고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행위가 된다. (심지어 먹는 게 고역일 때도 있다.)



반대로 휴식이 가능할 때 '먹는다'는 건 아주 중요해진다. 고생한 나에게 먹는 행위를 통해 '쉼'을 제공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때문이다.




'먹는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을 때는 무언가를 못 먹게 된다는 것 자체가 큰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마음대로 못 먹게 된다는 것 때문에 비건을 시작하기가 꺼려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먹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나에게는 무엇을 못 먹게 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떤 상황에서 먹는지, 누구와 먹는지, 그리고 그 음식이 나에게 진정한 쉼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지금은 과자를 종류별로 먹지 못한다며 원통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과자 중 동물의 희생 없는 과자를 신중하게 골라 그 과자와 함께 쉼을 만끽하는 것이 큰 행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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