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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망트망 Oct 29. 2021

비건 하면 안주는 뭐 먹어?

술 마시는 비건이 알려주는 비건 안주




그럼 술도 안 마시겠네요?



비건을 지향한다고 하면 종종 듣는 말이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의아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아니요. 술 좋아하는데요?



왜 술을 안 마실 거라고 예상했는지 몰라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하면, 상대방은 벙찐 표정으로  쳐다보곤 한다.



한두 번이면 그러려니 하고 넘기겠는데 '비건 = 술 안 먹는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꽤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왜 그런 공식이 일반화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술 마시는 비건



아무래도 비건을 금욕주의자와 혼동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거니즘은 동물에 대한 착취와 학대를 배제하자는 거지, 모든 욕망을 억누르고 금욕적으로 살자는 게 아니다.



한 주를 열심히 보내고 맞이하는 휴일에는 맥주 한잔 하고 싶고, 가끔은 친구들과 만나서 진탕 마시고 싶은 날도 있기에 이런 오해가 나는 괜히 억울하다. 거기다 술 못 마시게 될까 봐 비건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 노파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 술은 다 비건일까?

대부분 술의 주원료는 식물이지만 모든 술이 비건인 건 아니다.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제조과정에서 동물의 부산물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건인 술도 많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자! 예를 들어 맥주 중 비건 제품은 아래와 같다.

비건 맥주 : 카스, 하이네켄, 버드와이저, 스텔라, 호가든, 레페, 타이거, 칭따오, 싱하 등




비건을 지향하지만 술도 여전히 즐기고 있는 1인이기에 비거니즘을 실천한다고 해서 술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꼭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비건 안주를 소개하려고 한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비건 안주




1. 비건 콘치즈



어렸을 때 횟집에 가면 어른들에게 늘 혼났다. 이유인즉슨 '비싼' 회는 안 먹고 사이드 메뉴로 나오는 콘치즈만 주야장천 먹었기 때문이다. 회를 왜 먹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시절, 콘치즈는 비린내 가득한 횟집에서 날 구원해 준 유일한 음식이었다.



이제 횟집에는 갈 일이 없지만 콘치즈는 가끔 그립다. 그래서 비건으로 콘치즈를 만들어봤다. (요즘은 또 얼마나 좋은 세상인지, 콘치즈에 필요한 모든 재료가 비건으로 나온다.)



비건 콘치즈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람 (보기보다 맛있음)



비건 콘치즈 만들기

1. 프라이팬에 비건 버터를 두르고 옥수수를 올린다.

2. 비건 마요네즈와 비정제 원당(설탕 대용)을 적당량 넣고 잘 섞으며 볶아준다. (양은 중간중간 맛보면서 취향대로 조절하는 게 제일 좋다.)

3. 비건 모차렐라 치즈를 뿌리고 약불로 녹인다. (비건 모차렐라 치즈는 생략해도 되지만 콘치즈 특유의 끈적한 맛은 조금 떨어진다는 걸 참고하길)

4. 감칠맛을 원한다면 마지막에 통후추를 갈아서 뿌린다.   



이건 뭐,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적당히 끈적하고 달콤 짭짤해서 맥주 안주에 제격이다. 어렸을 때는 콘치즈가 항상 부족해서 아쉬웠는데 집에서 만들어 먹으니 마음껏 퍼먹을 수 있어서 더 좋더라.




2. 비건 전



'기름 맛'이 당길 때가 있다. 그런데 쉽게 접할 수 있는 기름진 맛은 주로 동물을 튀긴 요리다. (치킨, 탕수육, 돈가스 등) 그래서인지 비건 하면 샐러드 같은 생야채만 먹어야 한다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비건을 실천한다고 해서 매번 프레쉬하고 상큼하게 먹는 건 아니다. 기름 맛을 좋아하는 나는 매번 새롭게 기름진 맛을 즐기는데, 동물이 아닌 것들(두부, 버섯 등)을 기름에 구워도 기름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름진 맛 중 안주로 좋은 건 뭐니 뭐니 해도 전이 아닐까. 기름 넉넉하게 두르고 바삭하게 구운 전, 비건으로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2-1) 감자채 전


너무 맥주 안주라서 놀랐던 감자채 전



감자채 전 만들기

1. 감자를 채 썬다. (최대한 얇게 썰어야 하기 때문에 채칼을 이용해도 좋다.)

2. 채 썬 감자를 찬물에 담가 전분기를 뺀다.

3. 채반에 올려 물기를 뺀다.

4. 부침가루와 채 썬 감자를 섞는다.

5.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른 후 부친다.



감자전은 쫀득한 맛으로 먹는데, 감자채 전은 바삭한 맛으로 먹는다. 굉장히 바삭바삭해서 감자튀김 같기도 하고 두툼한 감자칩 같기도 하다. 거기다 부침가루에 간이 되어 있어서 은근 짭짤하다. 이름은 전이지만 막걸리보다 맥주에 딱인 안주다.




감자채 전을 더 간단히 만들고 싶다면,

1. 감자를 채 썰어

2.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부친다.



너무 간단해서 설명하기도 민망할 정도. 부침가루가 들어가지 않으니 간이 센 게 싫은 사람에게는 위 방법이 훨씬 좋을 듯하다.




2-2) 깻잎전


깻잎으로 전 부칠 생각한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던 깻잎전



깻잎전 만들기

1. 깻잎, 양파, 고추를 송송 썰어 놓는다.

2. 밀가루, 소금, 물로 반죽을 만들어 놓는다.

3. 반죽에 준비한 야채 넣고 섞는다.

4.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부친다.



깻잎이 어중간하게 남아서 전 부치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대충 만들어 봤다. 그런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먹는 내내 솔솔 나는 깻잎 향도 너무 좋고, 담백 + 깔끔해서 계속 집어 먹게 된다. 맥주에도 막걸리에도 잘 어울리는 안주.




3. 비건 두부조림



요즘처럼 날이 쌀랑해질 때도, 열받는 일이 있을 때도, 자극적인 맛이 당길 때도 찾게 되는 매콤한 맛. 당연히 술을 마실 때에도 찾게 된다.



비건으로도 맵고 자극적인 맛을 즐길 수 있는데, 그중 안주로도 좋고 반찬으로 먹어도 좋은 두부조림을 소개한다.



참- 맛있는데 사진 예쁘게 찍기 참- 어려운 두부조림



두부조림 만들기

1.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간이 배도록 간장을 발라 놓는다.

2. 간장 + 고춧가루 + 다진 마늘 + 연두 + 비정제 원당으로 양념을 만든다.

3. 냄비에 물 + 두부 + 양념 넣고 졸이면 끝

4. 취향에 맞춰 파, 팽이버섯 등을 추가해도 좋다.



* 집집마다 두부조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굳이 위의 방법을 따르지 않고 집에서 만드는 방식으로 해도 된다. 육수 대신 그냥 물(혹은 채수), 동물 함유된 조미료 대신 연두(콩으로 만든 비건 조미료)를 넣으면 비건으로 만들 수 있으니 다양하게 활용해 보시길.



국물 자작하게 만들어서 두부랑 같이 떠먹으면 금상첨화. 두부조림은 아무리 봐도 소주 안주지만 소주 잘 못 마시는 나는 소맥이랑 먹는다. (응?)






술 마시는 비건의 꿈



한 주의 피로를 씻어낼 때, 축하할 일이 있을 때,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나는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그때의 술은 나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고,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다. 그런데 비건을 지향하고 나서 친구와 술 마시러 갈 곳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맥주집을 가도 선술집을 가도 동물이 들어가지 않은 안주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국에는 밖에서 술 마시는 것도 위험해서 일부러 피하려고 하는 상황이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코로나 시국이 진정되어 밖에서 술 마시는 것도 거리낌 없어지는 때가 오면, 해물 없이 부추만 넣은 부추전이 있는 막걸리 집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베이컨이나 치즈를 올리지 않은 감자튀김이 있는 맥주집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예전처럼 친구와 밖에서도 기쁘게 술을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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