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망트망 Jan 21. 2022

4년 만에 요가를 시작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해야 한다'와 '하고 싶다'



'하고 싶다'는 이유로 많이 움직이고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는 '해야 한다'에 크게 좌지우지되는 사람이다. 우선순위에 올라와 있는 것들은 해야 하는 것들이고, 하고 싶은 것들은 항상 밀려나곤 한다.



바로 요가가 하고 싶지만 해야 하는 리스트에는 오르지 못해 밀려나는, 그런 것이었다. 새해만 되면 '올해는 꼭!'이라고 다짐하지만 4년째 우선순위에 올라온 적이 없었다. 






요가와의 첫 만남



처음 요가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이었다. 친구가 같이 요가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고, 졸업 후엔 뿔뿔이 흩어질 예정이었으니 친구들과 뭔가를 같이 하는 것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했다. 



땀이 날 때까지 격렬하게 움직이는 게 몸에 좋은 거라고 생각했던 당시의 나에게, 호흡과 동작, 그리고 그때의 몸 상태에 대해 스스로 바라보게끔 하는 요가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적이면서도 결코 정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요가의 매력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매력적인 요가를 늘 곁에 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20대 때 나의 일상은 너무나 변화무쌍했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요가를 찾았지만 그 만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게 요가와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곤 했다. 






시작



나는 원체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생각을 많이 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시작한다'는 것은 큰 바윗덩이를 굴리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곤 했다.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생각하다 막상 바위를 굴려야 하는 시점이 오면 그 생각만으로도 버거워져서 놓아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해야 하는' 일은 아무리 버겁게 느껴져도 마음을 다잡고 굴리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은 어느 포인트에서 버겁다는 느낌이 톡 튀어나오는 순간 "그래, 일도 바쁜데 무슨..."이라는 생각으로 놓아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요가와의 재회는 4년째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도 요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왠지 영영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2022년이 오기 전부터 비장하게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1월, 요가원을 등록했다. 






4년 만의 재회가 남긴 것



나름 고심해서 고른 요가원의 좋은 점이라면 난이도를 골라 수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4년의 공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기에 초급 수업에 들어갔다. 예상했던 것처럼 몸은 많이 굳었고, 예전에 잘 되었던 동작은 어색하고 생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초급이라서 따라가기에 크게 힘들진 않았고, 순간 조급증이 발동하여 중급 수업도 들어볼까는 욕심도 살짝 올라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한 시간 수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몸 구석구석에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무리한 것 같지 않았는데, 거기 있었는지도 몰랐던 근육과 인대들이 나 여기 있다며 소리를 질러댔다. 사흘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고, 요가를 또 하면 다음날 일에 지장을 줄 것 같아 그 주에는 요가원을 가지 못했다. 






일상에 새로운 것을 들인다는 것



휴일이 되어서야 다시 찾은 요가원. 한파주의보를 뚫고 다녀오는 길이 그렇게 상쾌할 수 없었다. 다음날이면 또 근육통에 시달리겠지만 그것이 요가와 친해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예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어느 순간 근육통은 희미해질 것이고 그곳엔 새로운 근육이 자리 잡을 것이다.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시작하기 전에는 오만가지 걱정에 시달리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 어떤 것도 시작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아닐까. 새로 시작한 것을 계속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맹렬하진 않아도 사그라지지 않을 정도로는 의지를 계속 불태워야 하고, 중도 포기하고 싶은 유혹도 수차례 극복해야 한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새로운 일은 일상 속에 녹아들고, 그렇게 자리 잡은 루틴은 나에게 없었던 혹은 잃어버렸던 어떤 것을 선물해준다. 그동안의 노력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4년 만에 시작한 요가가 내 일상에 녹아들기까지는 수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때까지 꺼지지 않도록 꾸준히 의지를 불태워야 하는 것도 나의 몫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은 4년 동안이나 미뤘던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만으로도 칭찬해주고 싶다. 시작이 반이라고도 하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