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 낙서

아이유, LOVE POEM

오늘, 낙서

by 감정 PD 푸른뮤즈

어느 번화한 광장 한가운데..

광대치고 꽤나 점잖은 복장을 한 사내가 재주를 부리며 퇴근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묶는다.

화려하지 않고, 그다지 뛰어난 재주도 아니지만,

꽤나 열심히 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재주를 한참 부리던 광대의 눈에

앞 줄의 한 사람이 눈에 띈다.

분명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이 울고 있다.


사실 이 광대의 진짜 재주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광대가 정중히 사람들에게 모자를 벗고 인사를 건넨다.

그 사람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건네듯, 조용히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듣던 이는 결국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리고 광대는 그저 묵묵히 끝까지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마친 광대는 어느새 울음을 그친 그와 눈을 마주 보고 싱긋 웃는다. 고개로 까딱 인사하고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나려던 광대에게 '나'는 묻는다.


"당신은 누가 위로해 주나요?"


힘든 티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 늘 웃기만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힘들다는 투정도 잘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고, 속마음이 궁금할 때도 있다. 나한테만이라도 얘기해 주길 바라는 작은 욕심도 있다. 정말 힘들지 않아서 그런가? 하고 넘길 때도 있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힘들면 주로 동굴에 들어가는 편이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정말 힘들 땐 그게 제일 편하다. 누군가에게 얘기를 하는 것도 분명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니까. 상대방의 기분을 신경 쓰는 성격 탓에 막상 이야기를 꺼내도 '이렇게까지 해도 괜찮은 건가?' 하며 계속 질문을 던질게 분명하다.

속시원히 털어내지 못할 바엔 그냥 편하게 혼자 울고 짜고 욕하다 잠드는 게 상책이다. 오랜 습관이 자리 잡은 자연스러운 일상일 뿐이다.


간혹 힘들다는 얘기를 슬쩍했는데, "그래도 너는.."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화가 났다. 왜 힘든 무게를 저울질해서 누가 더 힘든가를 가려내야 하는 걸까?

사람은 모두 자기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 존재인데 왜 너는 네가 나보다 당연히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왜 내 힘듦은 그렇게 사소하게 폄하돼야 하는 걸까. 늘 자신만 힘들다고 토로하고 상대방의 힘듦은 무시하는 그에게 그 이후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와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연을 마무리했다.


번화한 도시 한 복판, 시끄러운 차 경적소리, 앞만 보며 빠르게 걷는 사람들. 아무리 북적여도 오히려 나를 외롭게 만드는 공간.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 것 같은데..

다들 행복한 것 같은데..


왁자지껄한 사람들 속에서 꾹꾹 눌린 외로움과 슬픔이

더 예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들 속에서 함께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해보지만

무심히 툭 건네는 위로에 참았던 감정을 터트리는 순간.. 이 노래가 우연히 흘러나온다면 어떨까?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

숨죽여 쓴 사랑 시가

낮게 들리는 듯해.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아주 잠시만 귀 기울여 봐

유난히 긴 밤을 걷는 널 위해 부를게

또 한 번 너의 세상에

별이 지고 있나 봐

숨죽여 삼킨 눈물이

여기 흐르는 듯해

할 말을 잃어 고요한 마음에

기억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아주 커다란 숨을 쉬어 봐

소리 내 우는 법을 잊은 널 위해 부를게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

부를게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Here i am 지켜봐 나를, 난 절대

-네이버 가사 참조, 아이유 <LOVE POEM>


유난히 힘든 길고 긴 밤을 외롭게,

힘들게 터덜터덜 걷고 있는 '나'를 위한 따뜻한 위로의 노래


광대의 재주를 보며 울던 '나'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나이가 몇 살인지, 무엇이 그를 힘들게 했을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대놓고 울지 못하던 '나'의 슬픔을

유일하게 알아채고 다가와 부담스럽지 않게 건넨 위로다.


고마움을 느낄 새도 없이 그는 그저 유유히 떠난다.

'나'는 궁금하다. 나를 위로한 그 광대의 슬픔은 누가 위로할까


백 마디의 말보다,

때론 내가 힘든 것을 그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격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네가 그렇게 웃어도 마음은 힘들다는 거 알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와 - 의 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