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감정 PD 푸른뮤즈 Jan 24. 2024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의 선물이었다.
고마움과 함께 커피를 잘 모르는 나는 순간 당황했다.
'이게 무슨 커피지?'
커피를 잘 못 마시던 시절에
내 커피는 '시럽 세 번 뿌린 아메리카노'였다.
친구가 한 입 마셔보고는 "설탕물이잖아" 했던 웃픈 기억이 있다.
입맛도 변하는지 이제 시럽 잔뜩 넣은 아메리카노는
추억의 맛이다. 쌉싸름한 아메리카노의 맛과 향을 조금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물론 NO.1 믹스커피 자리는 영원하지만)
"와 향이 진짜 좋다."
선물 받은 날 남편과 함께 마셨다.
한잔 마신 뒤 여운처럼 남은 커피 향이 방 안 곳곳에 퍼졌다.
이제 쌉싸름한 맛의 매력을 조금 알게 된 뒤 마셔서 다행이다. 커피 향에 취했는지 남편이 말했다.
"드립커피세트를 사서 취미로 가져볼까 봐"
'아직 걷지도 못하면서..'
웃음이 났지만, 반가운 이야기다.
소소하고 새로운 취미는 늘 반가우니까.
"그래. 그러다 재밌으면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보고.
필요할지 안 할지는 따지지 말고. 이제 우리 나이엔 이것저것 따지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까."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바샤커피가 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졌다.
싱가포르 '바샤커피 밀라노모닝'
커피계의 명품브랜드라고 한다.
"유명한 커피인가 봐."
"그래서 그런지 포장도 화려하네"
"커피도 명품이란 게 있었네?"
"..... "
"....."
"근데 우리 왠지 촌스럽다."
한참 웃었다. 남편도 나처럼 커피 맛을 몰라 시럽 세 번 넣은 아메리카노를 마셨던 사람이다.
점점 커피 취향도 닮아간다.
살다 보면 온통 익숙함 투성이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주지만, 벗어나고 싶은 지루함이 될 때도 있다. 믹스커피를 사랑하지만, 때론 새롭고 낯선 커피가 생각날 때처럼.
삶에 신선한 경험, 그 무언가를 원하는 만큼
겁도 많아져 새로운 시도는 갈수록 어렵다.
그래서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새로움은 참 반갑다.
낯선 것을 배척하던 시기가 있었다.
"난 이게 편해!!"라며 관심조차 주지 않던 시절.
어쩌면 그때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면 잠시 마음속 편견을 내려놓고 반갑게 맞이해야 한다.
비록 나와 결이 맞지 않아 일회성으로 끝나더라도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나와 맞지 않는 걸 많이 찾는 만큼 좋아하는 게 더 선명해지기도 하니까.
내 안에 자리 잡은 고정관념과 잠시 이별하는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앞으로 다양한 새로움을 만날 기회가 많을 텐데,
지금부터 기분 좋게 두 팔 벌려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