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짧은 파편
긴장과 불안,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한 차례 폭풍처럼 지나간 시기.
한숨을 돌리고 나니, 안정이 찾아왔다.
안정은 행복감을 불러들였다.
쉴 겸 , 여행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내가 말했다.
"이번 여행은 많은 것이 필요 없어.
많은 걸 보고 느끼고 오고 싶지도 않고, 뭔가 많이 채우고 오고 싶지도 않아.
막 대단한 곳을 가고 싶지도 않고, 많이 다니고 싶지도 않아.
그냥 '대충' 툭 하고 갔다가 툭하고 오고 싶어.
대충 편하게 기차 타고 갔다 올 수 있는 곳이면 되고,
대충 도착해서 바다나 멍 때리다가 배고프면 밥 먹고,
밥도 맛집 필요 없고, 그냥 그때 당기는 거.
분식이든 국밥이든 지나가다 들어가면 되고.
그러다 당기면 슬슬 걸으며 관광 좀 하다가
싸고 편한 숙소에 들어가 자고,
다음날 툭 올라오는 그런 여행.
'엄청 잘 다녀왔다'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 말고,
그냥 옆집 다녀오듯이 갔다 올 수 있는 그런 여행.
올해 우리 감정 기복도, 소모도 심했잖아.
그냥 여행만이라도 '대충' 다녀와도 되지 않을까?
삶도 제대로, 힘들게 살아야 하는데,
굳이 여행까지 '제대로'일 필요가 있나?
굳이 왜 여행까지 가서 힘들게, 힘들게, 제대로 놀고 와야 한다는 압박감이 필요할까?
오히려 '대충'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삶은 제대로 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대충'의 긍정적인 힘을 믿는다.
종종 '제대로'에 지치는 나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