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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뮤즈 Feb 20. 2024

대충도 괜찮아

일상 속 짧은 파편 

긴장과 불안,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한 차례 폭풍처럼 지나간 시기.

한숨을 돌리고 나니, 안정이 찾아왔다.

안정은 행복감을 불러들였다.  


쉴 겸 , 여행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내가 말했다. 


"이번 여행은 많은 것이 필요 없어. 

많은 걸 보고 느끼고 오고 싶지도 않고, 뭔가 많이 채우고 오고 싶지도 않아. 

막 대단한 곳을 가고 싶지도 않고, 많이 다니고 싶지도 않아. 

그냥 '대충' 툭 하고 갔다가 툭하고 오고 싶어. 


대충 편하게 기차 타고 갔다 올 수 있는 곳이면 되고,

대충 도착해서 바다나 멍 때리다가 배고프면 밥 먹고,

밥도 맛집 필요 없고, 그냥 그때 당기는 거. 

분식이든 국밥이든 지나가다 들어가면 되고. 


그러다 당기면 슬슬 걸으며 관광 좀 하다가

싸고 편한 숙소에 들어가 자고,

다음날 툭 올라오는 그런 여행. 


'엄청 잘 다녀왔다'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 말고,

그냥 옆집 다녀오듯이 갔다 올 수 있는 그런 여행. 


올해 우리 감정 기복도, 소모도 심했잖아.

그냥 여행만이라도 '대충' 다녀와도 되지 않을까? 


삶도 제대로, 힘들게 살아야 하는데,

굳이 여행까지 '제대로'일 필요가 있나? 

굳이 왜 여행까지 가서 힘들게, 힘들게, 제대로 놀고 와야 한다는 압박감이 필요할까? 


오히려 '대충'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삶은 제대로 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대충' 여행.. 


'대충'의 긍정적인 힘을 믿는다.

종종 '제대로'에 지치는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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