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ing
문득 뒤를 돌아보니
별것 아닌 줄 알았던 인생이,
가만히 손짓하며 말하더라.
많이 무겁지?
어깨에 진 그 짐을 잠시 내려놓고 가도 괜찮을 거야.
짐작지 못했던 무게들이 어깨에 조용히 스며 있더라.
문득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나보다 빛나던 친구도 서서히,
그 반짝임을 잃어가더라.
총총히 빛나는 무지개 별처럼
서로 다른 색을 품었던 우리가
점점 흐린 새벽빛으로 스며들더라.
삶이 얼마나 날카로웠으면
그 찰나에 색이 모두 바래졌을까.
어느새 무채색이 된 우리들.
삶의 무게조차 똑같이 힘겨워하지 않기를
찬란했던 색깔이 하나씩 다시 켜지기를.
10대 때 깔깔거리던 소녀들은 어느새 어른이 되고, "우리 10년 뒤엔 뭐 하고 있을까?" 라며 나누던 대화는
술안주가 됐고, 이제 우린 종종 한숨 섞인 대화들로 하루를 채운다. 누구 하나 같은 색깔을 띠지 않던 우리는 어느새 똑같은 무채색이 됐다.
다양한 색으로 밝게 빛나던 시절도,
무채색의 지금도 소중한 삶이다.
다만 이따금씩
그때 그 화려했던 색채가 그리울 따름이다.
지금 이 순간,
여행스케치의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가
BGM으로 깔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