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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필사 2일째

[브런치입문러의 글쓰기연습장]

by 감정 PD 푸른뮤즈

어제 기분 좋게 필사를 마치고, 오늘도 자연스럽게 펜을 들었다. 기상 후와 저녁 식사 후, 둘 중 언제가 더 잘 맞을지 고민하며 시도해 봤다.

결론은 단순했다.


'쓰고 싶을 때 쓰자'


마음이 불안해서 집중이 안 될 때마다 시도하는 루틴이 있다.


'힐링 음악 틀기'

'걷기'

'반신욕'

'침대나 소파에 걸터앉아 최대한 편한 자세로 읽고 싶은 책 읽기'


여기에 하나를 추가했다.


'필사'


어휘력을 늘리고 싶었다.

표현력이 풍부해져서 글의 맛이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글을 더 잘 쓰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은 처음으로 필사를 ‘비움’의 의미로 삼기로 했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용도로.


필사를 오롯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행위로 삼겠다고 생각한 순간, 스스로도 놀랐다.

누군가는 "원래 필사가 그런 거 아니야?"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었다.


필사는 늘 ‘글을 잘 쓰기 위한 도구’였고, 목적이 분명했다. 하지만 정작 그 목적에 맞는 결과는 나오지 않고, 시간만 흘려보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필사를 기술이 아니라, 비움의 행위로 받아들이게 된 건 내게 꽤 큰 변화다.


이제 겨우 이틀 했을 뿐인데, 뭐가 그리 큰 변화냐 싶겠지만, 맞다. 대단하다.


처음으로 필사가 좋다는 경험을 ‘체화’ 한순간이니까.


마치 헬렌 켈러가 물을 맞고 ‘이게 물이구나!’라고 깨달은 것처럼, 직접 체험한 순간은 머리로 아는 것보다 훨씬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필사가 정말 ‘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손은 아프고, 글을 따라 쓰다 보면 의미가 흐려지기도 했다. 책을 한 번 읽고 필사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말하면,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똑같은 행동도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필사에 대한 감각이 완전히 달라진 순간


이번 글의 제목을 지을 때는 단 1초도 고민하지 않았다평소에는 제목을 잘 못 정해서 몇 번씩 고쳐 쓰다가 대충 정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만큼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였다.

정말 우연히 필사를 했고, 뜻밖의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우연’의 힘을 믿는 편이다.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는 ‘끌림의 법칙’과 비슷한 감각. 평소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어느 순간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경험. 그 우연이 나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어줄 때 왠지 기분이 좋다.


작은 행운을 얻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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