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토너먼트에서의 생각 01
만약 아이 둘이
경기에서 상대편으로 만났다면
당신은 누구를 응원하겠는가?
어제 일이다.
동네에서 배드민턴 토너먼트가 열렸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분까지 다양한 연령이 참가하는 게
동네 토너먼트의 맛
대신 아이들만 참가할 수 있는 그룹은 따로 마련해 준다.
어제 XD U15(만 13,14세 혼합 복식) 경기가 있었다.
(U11, U13, U15 그룹이 있었다)
준우(14세 우리 집 첫째) + 아이린(13세 중국 여자아이)
VS
일레인(11세, 아이린 동생) + 11세 중국 남자아이
U13에서 뛰어야 하는 두 꼬맹이가 나이를 하나 높였다.
낮추는 건 안돼도, 높이는 건 가능하니까.
평소 실력을 보면, 준우와 아이린의 승리가 거의 확실했다.
아이린 엄마가 내 옆에 선다.
평소에 감정표현이 없던 이 엄마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경기가 시작된다.
아이린의 공격을 동생이 막았다.
안경 쓴 얼굴로 조용히 있던 그녀가 갑자기 환호성을 지른다.
그녀는 동생 편이었다.
준우가 스매싱을 한다.
일레인이 막지 못했다.
안타까운 표정이 된 그녀가 나에게 말한다.
"준우가 스매싱을 너무 세게 하는 것 같아"
괜히 미안해진다.
준우와 아이린의 실수가 이어진다.
의외로 점수 차이가 많지 않다.
그녀는 손을 꼭 쥐고 있다.
어쩐지 드라마가 만들어져 동생이 이겨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드라마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속상함을 읽을 수 있었기에
그녀 앞에서 기쁜 티를 낼 수 없었다.
상상해 본다.
우리 집 둘째가 형이랑 맞붙게 된다면
(지금은 실력 차이가 커서 그럴 일이 없다)
나는 누구를 응원할까?
나 역시 둘째 편에 설 것 같다.
좀 더 약한 아이 편에 말이다.
실력으로 치이고
키로 치이던 둘째가
하필이면 형이 하고 있던 배드민턴을 똑같이 하게 되면서
이제는 실력으로도 치인다.
동생한테 친절한 형이 아니기에
못한다며 놀릴 때도 있다.
그래도 형이 너무 좋은 아이.
나는 그런 둘째가 안쓰러워서
(저 집은 둘 달 잘하는 편이니 나랑은 상황이 다르지만)
이 아이가 이기길 두 손 모아 빌었을 것 같다.
형의 코 한번 꺾어주길
그래서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되길
조용히 바랬을 거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신은 누구를 응원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