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토너먼트장에서의 생각 02
첫째가 배드민턴을 시작한 지 만 3년을 채웠다.
토너먼트 팀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한 지도 2년.
그리고 올 1월, 둘째가 팀에 합류했다.
두 아이 모두 주 4회 연습이 있다.
나도 주 4회 라이딩을 간다.
3군데 배드민턴장으로,
어떤 날은 두 아이 다른 장소로, 달리고 또 달린다.
아이들은 주당 기본 12시간 운동한다.
나도 그만큼 아이들의 운동을 보는 시간이 길다.
(계속 보고 있지만 않지만)
3년, 매주 12시간.
보기만 했는데도 시간이 쌓이다 보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보니, 보이는 것이 많아졌다.
이 포지션 더 연습해야겠는데?
아직 힘이 좀 부족하네.
체력 훈련을 더 해야겠어.
아니 둘 다 한쪽에 몰려가면 어떻게 해?
아, 저렇게 하면 바로 스매시가 들어오지.
아니야, 너무 짧았어.
공격이 너무 단조로워.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나는 중간에 훈수 두는 엄마가 아니다.
그런 성격이 아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이가 싫어한다.
나는 사춘기 아들이 싫어하는 걸 굳이 하는 엄마가 아니다.
그런 건 용기 있는 엄마들이나 하는 거다.
그래서 참는다.
말하고 싶지만 꾹 누른다.
토너먼트장에서는 부모들이 나서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가족 모두가 배드민턴을 하는 집도 많으니
그런 경우라면 적절한 코칭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가끔 나처럼 배드민턴을 쳐보지 않은 부모가
아이에게 인상 쓰며 쓴소리 할 때가 보인다.
무섭게 소리 지르는 엄마도 있다.
보는 내가 떨린다.
아이는 실수할 때마다 뒤를 돌아본다.
엄마의 얼굴로 고개가 향한다. 눈 동그랗게 뜨고 긴장한 표정으로.
잘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봐줄 수는 있을 거다.
적당한 푸쉬는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해보지 않고, 진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다 모르면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이겼을 때는 잘했다고 해줬고,
졌을 때는 수고했다고 했다.
뭐가 맞는지는 나도 모른다.
정답을 찾는 일은 세 아이를 키우면서 포기했다.
그런 건 없으니까.
나는 오늘도 말을 고르고, 표정을 고민한다.
그런 고민들이 쌓여 조금씩 자라겠지.
나도, 아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