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토너먼트장에서의 생각 04
배드민턴 공이 내 앞으로 날아온다.
라인에 떨어진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내 아이의 경기라면
지금 한 점으로 승패가 갈린다면
아웃이라고 손을 드는 순간 아이가 패배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초록색 직사각형 코트에는 4개의 모서리가 있고, 4개의 면이 있다.
한쪽 면의 가운데에 심판(Umpire)이 자리 잡는다.
심판의 두 눈은 1개의 면, 2개의 모서리밖에 보지 못한다.
그조차 100% 정확하다 할 수도 없다.
사람이라 그렇다.
공식 토너먼트장이라면 심판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선심(Line Judge) 둘이 있다.
그들은 양쪽 모서리에 앉아 인과 아웃을 판단해준다.
(라인을 완전히 넘어가는 경우 아웃으로, 라인에 닿거나 안쪽에 떨어지면 인으로 표시한다)
하지만 동네 토너먼트에는 선심이 없다.
심지어 심판이 없는 경우도 많다.
대신 그 주변에 있는 모두가 심판이 되고, 선심이 된다.
같은 공이 떨어지는 장면을 보면서도
누군가는 인이라고, 누군가는 아웃이라고
말하는 곳이 동네 토너먼트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니까.
우리는 기계가 아니니까.
책임을 진 선심이 있는 게 아니니까.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위치 탓에 나는 자연스럽게 선심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주변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간발의 차다.
안타깝지만 아웃을 표시했다.
아들은 점수를 잃었다.
미안해졌다.
내 눈이 정말 맞았을까?
라인에 살짝 닿았던 건 아닐까?
내가 잘못 봤다고 아들이 나를 원망하면 어떻게 하지?
그때 공 하나가 날아왔다.
라인에 살짝 닿은 걸로 보였고, 그래서 인으로 표시했다.
심판은 갸우뚱했고
반대편에 있던 사람 무리는 아웃이라고 소리쳤다.
그래서 아웃이 되었다.
정식 선심이 아니니 내 말은 힘이 없다.
내가 가장 가까웠지만,
그래서 내가 맞은 것 같았지만,
심판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경기란 게 원래 그렇다.
3세트까지 갔지만 결국 졌다.
아이는 토너먼트 열 번째 경기이자 마지막 경기를 그렇게 끝냈다.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는데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다.
져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뜻밖의 말을 한다.
"엄마가 아웃을 인이라고 말해서 다들 cheating(부정행위)라고 생각했을 거야"
나한테 화난 표정이다.
아이는 내가 거짓말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내 눈이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인'으로 판단했다.
내 눈에 공은 선을 걸쳐서 떨어졌다.
조금 억울했다.
하지만 정말 내 눈이 공정했을까?
그 또한 확실하지 않다.
틀렸을 수 있다.
그래도 엄마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믿게 할 수는 없어서
"엄마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있었으니까 아마 내가 맞았을거야"라고 말했다.
알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이다.
아웃이라고 할 때마다 미안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경기가 아니었고,
때문에 한 점, 한 점이 중요했다.
그래서 아웃이라 말할 때마다 나를 원망할까 걱정됐다.
하지만 아이가 바랬던 건
애매할 때 자기 손을 들어줄 엄마가 아니었다.
공정한 선심을 바랬다.
그래야 본인 경기가 부끄럽지 않을 테니까.
공정하게 얻은 점수가 이기는 것보다 중요했을 테니까.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고,
엄마의 눈이 아닌 매의 눈을 장착하고 판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