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 텍사스 5인가족, 일본에서 재회하다

가족 합체 프로젝트

by 자몽


3년 만에 한국에 갈 수도 있었지만,

올해 가지 않으면 언제 갈 수 있을지 알 수도 없지만,

저는 일절 고민도 없이 바로 옆 '일본'까지만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KakaoTalk_Photo_2024-08-17-11-06-23 002jpeg.jpeg



7월 28일, 저는 두 아들을 데리고 도쿄행 비행기를 탑니다.

나리타 공항에서 오랜만에 딸과 남편을 재회할 예정이었지요.
5명 완전체로 2주간 여행을 하기 위해서.


우리 집 다섯 가족은 여름방학 내내 떨어져 있었어요. 남편이 6월 초부터 두 달간 한국 출장을 간다기에 농담처럼 "막내도 데려가" 말했는데, 말을 뱉고 보니 꽤 괜찮은 생각이더군요. 아들 둘은 운동하느라 바쁠 거고, 딸은 심심하다고 노래를 부를 게 눈에 그려졌으니까요. 라이드 따라다니면 막내도 힘들 거고, 이참에 한국 학교 다니며 한국말 배우면... 이거 딱인데?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 학교를 알아봤습니다. 이대 앞 대신 초등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고, 비행기표를 끊은 후,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너는 아빠 따라 한국에 갈 거야~ 서울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한국 학교에 다닐 거야. 거기 가면 넌 2학년이 되는데 학교에서 맛있는 밥도 준대. 수영도 배우고, 아트도 배울 수 있어. 맛있는 게 많은 나라니까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와. 그리고 거긴 이쁜 것도 많다?"


KakaoTalk_Photo_2024-08-17-11-06-25 003jpeg.jpeg


아이가 걱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어딜 가도 친구를 잘 사귀는 애고, 씩씩한 편이었으니까요. 무한대로 사랑을 주는 조부모옆에 있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다 싶었습니다.

"7살짜리를 어떻게 떨어뜨려놔요?" 저를 걱정해 주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건 저를 부분만 알아서일 겁니다. 저는 그런 엄마가 아닙니다. 집에서 젤 손 많이 가고, 젤 시끄럽고, 젤 안 치우는 막내가 없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겠구나' 기대에 가득 차있었어요. 하하. 그런 엄마도 있는 거잖아요?








아이가 떠나고 저는 거의 매일 통화를 했어요. 생각한 그대로 저는 괜찮더라고요. 하지만 걱정은 엉뚱한 곳에서 터집니다.

아들 둘이 동생을 찾지 않는 모습 때문이었죠. 원래 동생이 없던 것처럼 언급조차 하지 않더라고요.

"동생 보고 싶지 않아?" 물어보면, "놉! 지금 너무 좋아" 이러고요.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가족인데, 너무 따로 사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9학년인 첫째가 몇 년 후 독립해 나가고, 둘째도, 막내도 떠나면 다섯 명이 자주 보기는 어렵겠죠. 한국도 아니고 미국이니까요. (저랑 남편이 어디 살지도 알 수 없고요) 지금 하는 걸 보면, 살갑게 서로 연락하고 지낼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때도 서로 없는 듯 산다면 이게 과연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KakaoTalk_Photo_2024-08-17-11-06-29 007jpeg.jpeg



이번 일본 여행은 그래서 저에게는 '가족 합체' 프로젝트였답니다.


마침 남편이 막내와 일본을 경유한다고 했고, 도쿄에서 4일 놀다 온다기에 우리도 갈게! 가 된 거죠. 4일은 가족 여행이 되면서 2주가 됩니다. 남편도 오랜만에 가족에 집중하고 일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첫째와 둘째는 방학 내내 운동과 수업만 듣다가 방학다운 시간을 보내게 된 거고요. 막내는 말할 것도 없지요.

일정은 모두 남편이 짰어요. 남편은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일본어도 잘합니다.


주변에서 물어보더라고요.

일본까지 가면서 한국은 왜 안 갔어요?


한국에 가면 친정도 가야 하고, 부산 시댁도 가겠죠. 간 김에 친구들도 만날 거고, 간 김에 병원 투어도 하게 될 거예요. 간 김에 서점도 신나게 가고, 간 김에 은행 투어도 하겠죠.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이번엔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여행만 하고 싶었어요. 게다가 휴스턴에서 한국은 직항이 없지만, 일본은 직항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7월 28일부터 8월 10일, 그렇게 우리 가족은 여행을 시작합니다.

변기 6개 있는 집에서 변기 1개로,

방 5개인 집에서 방 1개로,

복작복작 살 비비며 즐거웠던 우리만의 여행 스토리 이제 시작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