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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 Oct 29. 2024

내 몸무게를 만천하에 공개하려던 게 아닌데

내가 굳이 다이어트를 '연재'하는 이유 


정말 나는... 내 몸무게가 여기저기 퍼질 줄은 몰랐다. 모르는 사람은 어차피 나를 모르니 상관없다. 그래서 올린 거다. 하지만 아는 사람에게 까지 퍼질 줄이야... 

브런치가 그렇게 무서운 곳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엄마가 거실 소파에 삐딱하게 앉아 핸드폰을 보신다. 아이들은 자러 들어간 한밤, 주방 불만 켜둔 덕에 거실은 적당히 어둡고 고요하다. 엄마는 한 손으로는 이마에 걸쳐진 안경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쥐고 계신다. 눈을 조금 찡그린 채 엄지 손가락이 위아래로 바삐 움직인다. 뭔가를 골똘히 보는 눈치다. 

나도 반대편 소파에 널브러진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하루를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기력은 없었다. 그때 정적을 뚫고 엄마가 입을 연다. 


"부모님이 한국에서 가져온 간장게장을 감히 거부하다?" 


'응? 뭔가.. 익숙한데?' 

'어디서....... 나온 말이지?'

'아니, 내가 브런치에 쓴 글이잖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가 거기에 부모님 이야기를 쓴 게 기억난다. '뭐라고 썼더라? 나쁜 이야기가 있던가? 아니, 엄마가 내 글 보는 건 좀 그런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엄마는 이미 글을 클릭하신 뒤였다. 말릴 새도 없이 말이다. 


"휴스턴에는 한국 직항이 없다...(글의 첫 문장이다) 어머 이 사람 휴스턴 사나 봐." 

거기 휴스턴 사는 사람이 바로 난데, 눈앞에 있는 당신 딸인데. 거기 나오는 부모님이 엄마 아빠고, 거기 띄워져 있는 간장게장 사진이 내가 어제 먹은 그 게라는 걸, 곧 알게 되실 터였다. 하... 이실직고할 타이밍이었다. 


"엄마, 그거 내가 쓴 거야." 

엄마는 눈을 똥그랗게 뜬 채로 쳐다본다. ".... 뭐?" 아직 뇌가 다 흡수하지 않은 모양이다. "어머머.."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게 마냥 신기한 모양이다. 딸이 어딘가에 쓴 글이 안드로이드 뉴스에 뜬 사실이 말이다. (브런치 글은 알고 보니 다양한 곳에 노출이 되더군요) 갑자기 어딘가에 계시던 아빠가 나타난다. "네가 뭘 써?"라며. 



지난주에 올렸던 다이어트 4번째 이야기 <부모님이 한국에서 가져온 간장게장을 감히 거부하다>는 현재까지 조회수 29,064를 기록했다. 브런치스토리와 다음 사이트뿐 아니라, 안드로이드폰의 뉴스에도 떴다는 건 엄마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내 몸무게는 멀리.. 멀리.. 퍼져나갔다. 




 


사실 이런 아주 개인적인 다이어트를 굳이 연재까지 하는 이유가 많은 사람이 봐주길 바라서는 아니다. 

나는 코로나 때 다이어트를 손쉽게 성공한 적이 있고, 그래서 그때는 10kg을 어렵지 않게 뺐다. 먹다 보니 샐러드가 맛있었고, 술을 입에 대지 않았더니 생각이 나질 않았다. 굳은 결심이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이 들었기에 쉬웠다. 건강에 대해서 관심이 늘어나며 운동도 시작했다. 여러 가지 홈트에 빠졌다. 산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갔는데, 공복에 3-4시간씩 산을 걸으니 허리 디스크나 다이어트에 도움이 많이 됐다. 태어나 처음 했던 다이어트를 쉽게 성공했기에 평생 그렇게 살 줄 알았다.

발바닥에 생긴 사마귀로 몇 달을 고생하고, 그 이후에는 텍사스로 이사하며 허리가 완전히 망가졌다. 이번엔 방사통이었다. 다이어트 전에 있던 디스크는 댈 것도 아니었다. 걷는 것조차 힘들어지며 조금씩 예전 식습관으로 돌아갔다. 자기 전에 맥주와 야식을 즐기던 그때로.



야채가 다시 맛있어졌다! 


몸무게 48kg에서 58kg으로,
내장지방 2에서 7로, 그렇게 완전히 회복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예전 몸무게를 완전히 회복했다. 48kg대로 떨어졌던 몸무게가 58kg을 넘어선 거다. 내장지방은 2에서 7로 불어났다. 예전에 다이어트하기 전보다 눈바디는 더 엉망이었다. 세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몸무게에 붓기까지 더해진 느낌이었다. 내가 날 보기가 싫어졌다. 


이제 다이어트 방법은 너무 잘 아는데, '노력'을 하니 좌절만 따라왔다. 번번이 실패했다. 실패한 이유 때문에 좌절했다. 매일 먹을 거 생각만 했다. 온통 다이어트.. 다이어트.. 그리고 실패.. 또 실패.. 좌절이 이어졌다. 스트레스였다.
내 미래의 모습이 그려졌다. 불안했다. 아이들이 독립하면 여러 나라를 돌며 하이킹을 하고 싶었는데, 이러다가는 아예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약간의 돈을 내고 어떤 모임에도 들어가 봤다. 열심히 하지 않았다. 책도 여러 권 읽으며 마음도 다잡았다. 비싼 돈을 내고 PT 12회도 끊었다. 갈 때만 할 뿐이었다. 게다가 근육이 다 빠진 상태로 뭔가를 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다녀오면 며칠은 몸이 아팠다. 12회가 끝나기만 바랬다. 어느 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외식이 많았던 한 주이지만,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했다는



그래서 굳이 다이어트로 브런치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나는 책임감은 좀 있는 편이라 그걸 이용해 보기로 했다. 바로 브런치 연재다. 배드민턴장에 앉아있다가 무심코 연재를 눌러버렸다. 부담스러운 상황 속에 나를 놓아두기 위해서. 

실제로 매주 뭔가를 올려야 하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4주가 지났다. 먹기 싫던 야채와도 친해지고 있고, 하루에 한 모금도 마시지 않던 물도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마신다. 탄수화물을 너무나 좋아하던 내가 빵도 잘 먹지 않고 있다. 당도 신경 쓴다. 야채부터 먹으려고 하고, 밥을 먹자마자 움직여서 가라앉힌다. 단백질 양도 늘렸고, 알코올은 손님을 만난 두 번 이외에는 입에 대지 않았다. 배고픔을 잘 견지디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잘 참고 있다. 


3주까지는 별 차이가 없었다. 
잘하고 있는 건지 약간의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한데 며칠 전부터 몸이 부쩍 가볍게 느껴졌다. 거울 속에 팔뚝의 떡대가 조금 가라앉고 각이 보였다. 희망이 보인다. 여전히 내장지방은 6이고, 목표가 3이기에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순항 중이고, 오래오래 연재를 이어가며 나를 변화시켜 보려고 한다. 



올리지 않으면 기억이 나질 않아서, 이렇게 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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