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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it May 11. 2022

서울시 거주 김 씨의 일일

벚꽃에 마음이 절여온다

9시. 오늘도 그녀는 별일 없지만 일찍 일어나 본다. 빨리 답장해줘야 하는 일은 없나 하는 것에서부터 그녀를 성가시게 하는 성가신 일들이 성가시게 하는 탓에 성가시게 잠을 깬다. 깬 김에 책 읽어 본다. 어제 읽다만 페터 비에리 선생님이다. 아침부터 읽는 건 좀 헤비하다. 아침부터 일해라 절해라 하는 책을 읽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안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어쨌든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성가신 것들은 처리하는 둥 마는 둥 하며 골이 따분한 책 읽기에 돌입해 본다. 그러나 허리가~ 아프니까, 계좌이체~ 해야 하니까, 유튜브를~ 조금 보다가 실패한다. 다시 돌입한다. 골이 따분하지 않은 책 읽기. 요즘 그녀가 재미있게 읽은 ‘공부의 위로’를 들여다볼까. 마케팅의 노예와는 거리가 멀다고 자부하는 그녀가 ‘공부’의 ‘위로’라는 아주 노골적인 제목과 노련한 기자의 SNS 마케팅에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읽다 보니 벌써 3시? 분주하게 집을 나선다.     






벚꽃이 만개한 날의 340번 버스 안. 버스나 지하철에선 유난스레 책을 읽는다. 창문을 살짝 연 채 바람을 맞으며 머리를 귀에 꽂으면 귀여운 문학소녀,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속 깊은 소녀 코스프레 완성이다. 활자 위로 쏟아지는 한낮의 태양이 눈부시지만 갬성을 이길 수 없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읽어 본다. 20분 뒤 후퇴. 그늘진 자리로 슬그머니 자리를 옮긴다.    

 


Café. 벚꽃이 흩날리는 날의 카페란 느껴본 적 없는 낭만을 추억하게 한다. 이 책이 뭐가 재밌고 어느 지점에서 공통점을 느꼈는가 쫑알쫑알 재잘재잘. 앞에 앉은 이는 참을성 있게 들어준다. 반쯤 읽은 감상회를 마친 후 얼마 전에 받은 생일 선물의 감사 인증사진도 책과 함께 찍어본다. 시켜둔 디저트는 단숨에 털어 넣는다. 상여자의 책 읽기.     



생각해 본다. 이 그림을 왜.. 이렇게..? 미학에는 문외한이고, 그녀의 미적 감각은 발전의 여지가 많다고만 하겠다. 평소 별로 관심이 없거니와 골이 따분하지 않기 위해선 무관심한 책을 억지로 읽는 것은 정말 안될 일이다. 어쨌든 그녀는 생각해 본다. 왜 이 그림이..!? 여하튼 흥미롭게 읽는다.     



어쨌든 이제 정말로 시작해 보자, 골이 따분하지 않은 책 읽기.      



”대학 시절의 공부는 잊히는 과정에서 정신에 깊은 자국을 남기고 거기에서 졸업 후 이어질 고단한 밥벌이의 나날에 자그마한 위로가 될 싹이 움튼다. 그것이 공부의 진정한 쓸모라고 생각한다. (서문 中)“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주입식... “     




... 다음번엔 꼭 시작해 보자. 사랑스럽다. 이 책.

사서 읽어보시면 후회할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사랑스럽네요. 너무도 노련한 SNS 마케팅 마저도.





#texIt #텍시트비하인드 #슬림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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