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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it May 18. 2022

독서모임 할만한 공간 찾아 삼만리

진짜 30,000리


책모임인지, 글모임인지, (술모임인지><)를, 암튼 우리 셋이 텍시트를 만들며 꿈꾸던 것 들이 있었다.   

  

“왜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시고 그러십니까,,?”                                   “저희에게도 꿈은 있었습니다”

"분분한 낙화-"      


각설하도록 하고, 텍시트 모임을 만들고 나서부터 우리는 웹사이트 만들기나, 잡지 출간, 등등 하고 싶은 일들이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독서모임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모임을 만든 시기가 시국의 한복판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독서모임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줌(zoom)으로 진행한 모임은 저희의 욕구를 채워주는 듯 했으나 모임의 회차가 늘어갈 수록 비대면 모임은 임시방편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어서 빨리 토론장에서 튀기는 침에 내 책이 흠뻑 젖어 눅눅해졌으면 하는 바램만 커졌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 그날도 저는 어김없이 아무것도 바라며 길거리를 나다니고 있었습니다. 팔에 낀 에코백에는 「오발탄」「reality sandwich」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한참 거리두기 해제의 자유를 누리고 있을 때,  커피콩 뽂는 냄새가 제 멱살을 붙잡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치 코뚜레를 당한 소의 심리가 이러한 것이었을까요. 이건 저를 작정하고 분위기 좋은 뒷골목에 끌고 들어가서 흠씬 팰 작정을 한 녀석임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한껏 굽은 등을 한 채로 끌려가던 와중 —그들에 본거지에 거의 도착했다— 싶을 쯤, 고개를 들어보니 저를 마주하던 것은 바로, "ROSTERY" 간판. 그 바로 아래, 크고 광나는 주황색 기계, 그 안에는 폭력적인 검갈색 콩들, 그 사이를 비집고 나와대는, 쉬익대는 흰 증기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혼미해진 정신을 붙잡고 실내로 들어가자 통일되지 않은 의자들과 형광등이 아닌 조명들에서 나오는 누런 불빛들이 단단히 벼르고 있었습니다.


'아, 정신 차리자 지금 저녁 9시야, 지금 커피는 안돼.'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라는 마인드로 '맥주'를 시켰습니다. (당시 제가 커피를 마셨다면 저는 이 자리에...,)


진동벨로 알려주기겠다는 사장(두목)님을 뒤로하고 토끼굴 같은 실내를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이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습니다. '내려가는 계단'. 그곳에는 올라가는 계단이 아니라,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끝에서는 불빛이 새어 나왔고, '에이 설마 그냥 화장실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뎠습니다. 더는 내려가는 계단이 없어져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는 것 외에는 마땅히 할 행위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지상보다 훨씬 큰, 아늑한 공간. 그곳에는 심지어 쇼파까지! 벌써부터 푹신해.., 급속도로 높아진 심장박동 탓에 결국 과호흡으로 아득해져 가던 찰나 손에 쥐고 있던 제세동기, 아니 진동벨이 저를 살렸습니다.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뛰어 올라가 맥주를 받아왔습니다. 아까 봐둔 쇼파에 푹 앉아 맥주를 들이켜니 긴장 탓에 잠시 머리를 떠났던 생각들이 차례로 들어오더군요.



여기다!
이곳이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독서모임 장소구나!



커피와 맥주를 홀짝이며, 책을 뒤적댈 생각을 하니 즉시 입가에 미소가 번지지 뭡니까.      


그러다 문뜩 여기 대관비는 얼말까. 그럼 회비를 얼마씩 걷어야 되는 건지, 애초에 대관을 해야 하는 건가, 음료들 가격이 좀 부담스러우려나, 오늘만 이렇게 한적한 건가. 휴일은 언제지. 책은 뭘로 정하지. 사람들 얼마나 모일까. 비대면으로만 하다가 직접 보면 어색한거 아냐. 뒷풀이 할 때 어디서 밥 먹지. 뒷풀이 하지 말까 그냥. ...      


생각과 질문들이 입가의 미소를 싹 걷어갔습니다. 때마침 맥주도 바닥을 보였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여전히 멋져보이는 주변을 흘깃대며 그곳을 벗어났습니다.       


쎄에에에에-에


아직도 저는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게으른 저의 탓이 50%, 바쁜 세상 탓이 50%겠지요. 대면 독서모임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할텐데, 언젠가는 해결 되겠죠, 할겁니다.        


아무튼 독서모임 할만한 공간을 찾아 삼십만리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






#텍시트 #독서모임모집 #커트코베인애인

@tex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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