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은 식물로 만든 거니까 샐러드다? 식물로 만드는 게 전부 샐러드는 아니지, 라고 받아치면 논리적인 걸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일상에서 논리적이라는 말은 멀쩡하게 생각할 능력이 있음을 의미하고, 이렇게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고 능력이 부족하진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논리학의 관점에서 볼 땐 좀 다릅니다. 식물로 만든다고 다 샐러드가 아니란 사실을 제대로 짚어내긴 했지만, 그게 곧 논리적인 건 아니라는 말이죠. 실제로 저 트윗은 논리적으로 올바른(!) 논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니, 논리학이 대체 뭐길래?
[2] 논리학이 뭘까?
어떤 학문이 무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꼭 그렇게 말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말을 다시 주워와야 할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오거든요. 그래도 그 위험성을 공지했으니 과감하게 뱉어보죠.
올바른 논증과 올바르지 않은 논증을 구분해내는 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그래도 의문은 풀리지 않습니다. 그럼 논증은 대체 뭐고, 어떤 논증이 올바르다는 건 혹은 올바르지 않다는 건 또 뭐야? (네…? 저 초콜릿 트윗이 올바르다고요…?)
[3] 論리학
논리학은 논증에 대한 학문입니다. 논증argument은 결론conclusion이 되는 하나의 문장과 전제premise로서 그결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제시된 문장(들)의 집합입니다. 초콜릿 트윗은 이런 논증이죠.
(전제 1) 초콜릿은 코코아나무에서 나온다
(전제 2) 코코아나무는 식물이다
∴ 초콜릿은 샐러드다 [결론]
논리학論理學은 논증, 그러니까 말[言]의 무리[侖]에 관심을 두는 학문이에요. 개별 문장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논리학자는 초콜릿이 샐러드라는 결론 자체가 참true인지 거짓false인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논증이 올바른지correct 혹은 올바르지 않은지incorrect를, 곧 전제가 결론을 잘 뒷받침하는지를 보죠.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① 전제가 결론을 실제로 뒷받침해야만 논증이 성립하는 건 아닙니다. 전제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제시된 문장일 뿐, 반드시 결론을 뒷받침해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전제가 결론을 지지한다면 그 논증은 올바른 논증이 되겠죠. 그렇지 않으면 올바르지 않은 논증이 되는 거고요. 그렇다고 논증이 더 이상 논증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닙니다.
② 표면적으로는 문장이 하나만 제시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논증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숨은 문장이 있을 때 그렇죠. 맥락에 따라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이 있죠? 초콜릿 트윗에도 전제가 하나 숨겨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초콜릿 트윗을 너그럽게 해석해준다면요.
(전제 1) 초콜릿은 코코아나무에서 나온다
(전제 2) 코코아나무는 식물이다
(전제 3) 식물에서 나오는 건 샐러드다
∴ 초콜릿은 샐러드다 [결론]
이렇게 볼 때 초콜릿 트윗은 올바릅니다. 모든 전제가 참이라면(!) 결론도 반드시 참일 테니까요. (모든 전제가 참이라고 한 적 없어요!)전제가 모두 참인 경우에 결론도 반드시 참이 되거나 적어도 결론이 참일 개연성이 높다면 그 논증을 올바르다고 하거든요. 초콜릿 트윗은 전제는 모두 결론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물론, 초콜릿 트윗의 결론은 거짓입니다. 초콜릿은 샐러드가 아니죠. 식물에서 나오는 게 다 샐러드라는 전제도 거짓이고요. 천연고무가 샐러드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논리학이 눈여겨보는 건 개별 문장의 참과 거짓(=진리값truth value)이 아니라, 문장들의 관계입니다. 참이든 거짓이든 전제가 결론을 지지한다면 그건 올바른 논증이에요.
[4] 논리학의 쓸모?
그래도 논리학은 초콜릿 트윗을 까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논증을 구성하는 문장들의 관계를 분석하면, 그 논증이 어느 지점에서 산으로 갔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초콜릿이 샐러드라는 헛소리는 어디서 나오는 거야? 나무에서 나오는 건 죄다 샐러드라고 생각하지 않고서야 이런 소릴 할 수가 있어? 전제가 거짓이네." 이렇게요. 저 결론을 내세우려면 어떤 전제가 필요할까, 생각해보면 숨은 전제가 보이는 거죠.
초콜릿 트윗은 단순하니까 논리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쉽게 깔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논증이 복잡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아주 복잡한 논증의 구조(=논증을 구성하는 문장들의 관계)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논리학자들이 여러 도구들이 발명했습니다. 기호가 대표적이에요.
쫄지마세요. 별 것 아닙니다.
그래서 논리학을 공부하는 과정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외국어를 배우면 모국어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생기죠? 그래서 논리학 공부는 일상 언어에 대해 반성해보는 기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논리학은 그냥 말빨 강화 약물이 아닙니다. 웃자고 쓴 초콜릿 트윗 까려고 논리학 배우려는 흑우 읎제? 이 지점에서 논리학은 더욱 매력적인 학문이 돼요.
논리학의 시선은 말다툼을 하는 마지와 호머의 것이 아니라, 이들이 뱉는 말들을 차분히 지켜보는 바트의 것에 가깝지 않을까?
"초콜릿 트윗은 올바른 논증이니까 논리학의 용어로는 깔 수가 없나요?" 아니에요. 논리학자들도 저런 개소리는 싫었을 겁니다. 논리학에서는 올바르면서도 전제가 모두 참인 논증을 건전하다sound고 일컬어요. 초콜릿 트윗은 건전한 논증이 아닌 겁니다.
업데이트 2020년 3월 29일 (일)
논리학 공부를 위한 로드맵이에요.
글을 연재하면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려 합니다. 연역 논리 체계에서 술어 논리 체계를 기반으로 한 양상 논리와 규범 논리, 그리고 시제 논리, 연관 논리 등에 대해서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다루어 볼 생각입니다.
연역 논리와 별도로 귀납 논리, 그리고 어떤 철학자는 연역도 귀납도 아니라고 할 만큼 독특한 형태의 귀납인 귀추(=최선의 설명을 향한 추론)에 대해서도 다루어 보려합니다.
이 정도면 대학교 1학년 논리학 교양 수업 정도의 범위입니다. 깊이가 아니라 넓이 측면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