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결과주의적 도덕 이론을 위한 변론
A는 콩팥이 둘 다 건강하고, 그중 하나만 있어도 꽤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B는 A의 콩팥 하나를 이식받아야만 살 수 있다. A의 콩팥을 B에게 이식하면 전체적으로 볼 때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는 한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추구하는 것은 곧 A에게 너무나 지나친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도덕의 이름으로 콩팥을 내어주지 않으려는 A에게 콩팥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콩팥을 내어줌으로써 A가 치러야 할 비용을 생각해 볼 때 A가 콩팥을 내놓아야 한다는 도덕적 요구는 불합당하거나, 적어도 진정한 도덕적 의무로 성립할 수는 없는 듯하다. 이렇게 볼 때 A에게 B를 위해 콩팥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결과주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나친 요구에 대한 반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가정이 필요하다.
그 가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곧 결과주의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지나친 요구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논점 선취의 오류를 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