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학은 언어를 다룹니다. 그런데 언어적 표현linguistic expressions은 대개 그 의미와 용법이 확정적이지 않아요. 경우에 따라서 같은 표현도 다른 것을 가리키거나 다르게 쓰일 수 있죠. 그럴 때 논리학자들은 그 표현이 애매하다거나 모호하다고 말합니다. 그럼 어떤 언어적 표현이 애매해다는 건, 그리고 모호하다는 건 뭘까요?
[1] 애매하다
어떤 표현이 애매하다ambiguous는 건 그게 둘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국내 철학계에선 애매성曖昧性이란 말 대신 다의성多義性이란 용어를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雪]과 신체 기관 눈[目]을 모두 가리킬 수 있죠? 적어도 문맥이 주어지지 않을 때는 그런 것 같습니다. 때문에 애매한 표현이 돼요.
물론 이 표현도 특정한 문맥 속에서는 애매성을 털어낼 수 있습니다. "눈이 내리는 날엔 그 사람이 생각난다"거나 "눈이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는 문장 속에서 "눈"은 애매하지 않죠.
명사뿐만 아니라 문장 전체가 애매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모두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1) 세상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어떤 슈퍼스타가 있다는 말일까요? 아니면 (2) 누구나 사랑을 한다는 말일까요? 이 문장만 보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애매한 문장이 되는 것이죠.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슈퍼스타가 있다? 아니면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사람은 있다?
[2] 모호하다
모호한vague 표현이란 적용 가능 여부가 분명치 않은 말입니다. "뚱뚱하다"는 술어는 얼마나 뚱뚱해야 적용할 수 있을까요? 100kg가 되는 순간 뚱뚱한 건가요? 99.9kg는요? 그때부턴 아닌가요? 도대체 이걸 알 수 없으면 우리는 "곰돌이 푸는 뚱뚱하다"는 문장이 참인지 거짓인지도 확정할 수 없을 겁니다. 이런 표현을 모호하다고 말해요.
"명절 인사 문자를 받으면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규범적 술어의 적용 기준을 정해주는 모(!)정남
그렇다고 애매하다는 말과 모호하다는 말이 항상 이렇게 쓰이는 건 아닙니다. 이건 논리학자들의 언어니까요.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논리학의 언어를 고집하다가는 철덕(!)으로 몰릴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