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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Nov 12. 2019

필요조건 vs. 충분조건

명제 논리 #6

"심장,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밝혀져"


필요조건


A가 B를 위한 필요조건necessary condition이라는 , 그러니까 B가 성립하려면 A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건 무슨 말일까요? A 없이는 B도 없다는 말이겠죠?

가령 운전면허증은 택시 기사로 일하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택시를 몰 수가 없으니까요.

A가 성립한다는 문장 a와 B가 성립한다는 문장 b를 활용하면 이를 조건문 ~a→~b로 표현할 수 있어요. "운전면허증이 없다면 택시 기사로 일할 수 없다." 이렇게요.

"운전면허증이 있다"는 문장 a가 거짓이면 "택시 기사로 일할 수 있다"는 문장 b도 반드시 거짓일 거라는 의미죠.


면허증이 없는 사람은 택시 운전을 할 수 없으니, 택시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면허증을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a→~b가 참이라면 그 대우transpositionba도 참이에요. 이들 문장이 같은 진리값을 갖는다는 건 진리표를 그려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충분조건


한편 A가 B를 위한 충분조건sufficient condition이라는 건 곧 B가 성립하기 위해선 A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말이에요. A가 성립하면 (다른 조건없이) B도 반드시 성립한다는 거죠. A는 성립하되 B는 성립하지 않는 상황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운전면허증은 합법적으로 택시를 운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모든 사람이 택시 운전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택시 운전면허가 별도로 필요하거든요.


온도가 1억에 이르면 충분히 기체 상태가 되겠죠? 아무리 기압 등 다른 요인에 따라 끓는 점이 달라진다지만 1억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럼 온도가 1억에 이른다는 조건 A가 충족될 때 (기압 등에 관한 다른 조건이 성립하지 않더라도) 물은 수증기가 된다는 사태 B가 발생하는 거죠.

"온도가 1억에 이른다"는 문장과 "물은 기체 상태가 된다"는 문장을 각각 a와 b라 한다면 조건문 ab가 참이겠죠?



A가 B의 필요조건이면

~a→~b
b→a


가 모두 참입니다. 그렇죠?


그런데 B가 A의 충분조건이면? 눈치채셨나요? 마찬가지로

b→a

가 참이에요. 물론 그 대우 ~a→~b도 참이고요.


결론적으로

X는 Y의 필요조건이다
Y는 X의 충분조건이다

이 두 문장이 결국 같은 말이란 거죠.


합법적으로 택시 영업을 한다는 것만 보아도 이 사람이 일반 운전면허 역시 가지고 있다는 걸 알기에 충분하죠?

또 물이 기체 상태가 아니려면(=액체 혹은 고체 상태로 머무르려면) 온도는 아무리 못해도 1억보단 낮아야 할 거예요.


이 지점에서 알 수 있는 건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은 인과적 관계와 무관하다는 겁니다. 물론 어떤 사람에겐 일반 운전면허 취득한 일이 택시 운전면허도 따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원인이었을 수 있습니다. 또 온도 상승은 물의 기화라는 결과로 이어지죠.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에요.

가령 "필"이라고 쓰는 건 "필요조건"이라고 쓰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필"이라고 쓰지 않고는 "필요조건"이라고 쓰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 그렇다고 "필"이라 쓰는 게 "필요조건"이라 쓰는 것의 원인은 아니겠죠.

또 f(x)=x+1은 f(x)>x의 충분조건입니다. 그렇겠죠? f(x)가 이렇게 정의된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x보다는 클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수학적 관계가 인과적 관계는 아니죠?


필요충분조건


필요충분조건이란 필요조건인 동시에 충분조건인 걸 일컬어요.


기상청은 2일 이상 연속으로 일 최고 기온이 33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를 발령한다고 합니다. 구름이 적다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둥 이런 조건은 없어요. 이틀 연속으로 무진장 더울 것 같으면 (구름이 많거나 바람이 불어도) 폭염주의보를 발령하는 거죠.

곧 2일 연속 일 최고 기온 33℃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A)은 폭염주의보 발령(B)을 위한 충분 조건이 됩니다.

"2일 이상 연속으로 일 최고 기온이 33℃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된다"는 문장 a가 참이면 "폭염주의보를 발령한다"는 문장 b 역시 참이 될 거란 말이죠. 즉, 조건문 a→b가 참이에요.

기상청 직원이 귀찮아서 폭염주의보 발령을 하지 않는 등 논리적 가능성은 일단 제쳐둡시다

다른 한편으로 기상청은 최고 기온이 33℃에 이르는 날이 2일 이상 이어지지 않으면 폭염주의보를 발령하지 않습니다. 2일 이상 연속으로 일 최고 기온이 33℃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될 때에 폭염주의를 발령하는 거예요.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가령 습도가 지나치게 높다거나 평균 기온이 어떤 수준을 넘어서더라도 폭염주의보는 내려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A는 B의 필요조건이에요. 그럼 조건문 ~a→~b가 참이겠죠? 그 대우인 b→a도 참이고요.


이때 A는 B의 충분조건이면서 또 필요조건입니다.

(또, B는 A의 필요조건인 동시에 충분조건이겠죠?) 그래서 A는 B의 (그리고 B는 A의) 필요충분조건이 돼요.

또 조건문 a→b와 b→a가 모두 참이니까 쌍조건문 ab가 참이겠네요!



조건문, 그리고 쌍조건문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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