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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Feb 15. 2020

동일성 술어

술어 논리 #6

동일성 술어


동일성 술어identity predicate은 2항 술어로서 두 항이 동일한 것임을 나타내는 술어입니다.


-와 …는 동일하다
-는 …다


이런 거죠. 여기서 두 항이 동일하다는 건 두 항의 지시체, 즉 두 항이 지칭하는 대상이 같은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어떤 두 항이 다른 을 같더라도 지시체만 동일하다면 동일성 술어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이죠.

a: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
b: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산

a와 b는 같은 지시체(=한라산) 갖죠? 그래서

I: -와 …는 동일하다

동일성 술어와 이들 두 항으로 구성한 문장 Iab는 참이 됩니다. 그 뜻이 다르더라도 말이죠.


이렇게 두 항의 동일성을 나타낼 때 논리학에선 그냥 등호(=)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즉, Iab 대신 a=b 이렇게 쓰기도 한다는 거죠.


동일성≠유사성


일상 언어에는 얼핏 동일성 술어가 쓰이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잔에 따른 물을 보고서 "이렇게 보니 진짜 술 같다"라고 말한다면 이 문장엔 동일성 술어가 쓰인 걸까요? "같다"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으니?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장은 그저 술잔에 담긴 물과 술이 어떤 측면에서 유사하다는 진술을 하고 있을 뿐이죠. 그 물이 곧 술이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이다"는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놈은 또라이다"라는 문장은 저 놈의 속성을 나타내는 문장이지, "저 놈"과 "또라이"가 동일한 대상을 지칭하는 표현임을 의미하는 문장이 아닙니다. 그렇겠죠?


동일성 술어의 대칭성·재귀성·이행성


동일성 술어는 대칭적이고, 재귀적이며, 이행적입니다.


대칭성? 재귀성? 이행성?


이것과 저것이 동일하다면 저것과 이것도 당연히 동일하겠죠? 샛별이 금성과 같은데 금성과 샛별이 다를 순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동일성 술어는 대칭적입니다.

또 모든 것은 자기 자신과 동일하겠죠? 샛별과 샛별은 같은 것이고, 또 금성과 금성도 같은 것이죠. 그래서 동일성 술어는 또한 재귀적입니다.

샛별과 금성이 동일하고, 또 금성과 개밥바라기가 동일하다면? 샛별과 개밥바라기 역시 동일한 것이어야 할 겁니다. 그리하여 동일성 술어는 이행적이기도 합니다.


동일성 술어 활용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어요.


동일성 술어가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이게 뭐 딱히 쓸모가 있는 건가? 다른 술어와 달리 유독 동일성 술어를 익히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이유라도?


동일성 술어는 단순히

좀 전에 지나간 그 사람이 이병헌이야
Value는 영어로 가치를 의미해
달은 지구의 유일한 위성이야

이렇게 다른 두 표현이 같은 대상을 지칭함을 나타내는 문장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1] 오직


일상 언어에서 "오직only"이란 표현이 등장하는 문장을 기호화할 때 동일성 술어가 필요합니다. 이런 문장을 생각해보죠.


오직 슈렉만이 피오나를 사랑한다
Lxy: x는 y를 사랑한다
a: 슈렉
b: 피오나

이 문장은 이렇게 기호화할 수 있습니다.


Lab & (∀x)(Lxy→x=a)


슈렉은 피오나를 사랑하고, 피오나를 사랑하는 것은 모두 슈렉일 것이란 말이 됩니다. 그러니 슈렉이 아닌데 피오나를 사랑하는 건 없다는 거죠.


[2] 제외하고


한편 "-를 제외하고" 혹은 "-만 빼고" 등의 표현을 기호로 나타낼 때에도 동일성 술어가 필요합니다.


곰돌이 푸는 책상 빼고 다 먹는다


이 문장을 기호로 나타내 볼까요?

Exy: x는 y를 먹는다
a: 곰돌이 푸
b: 책상

x가 무엇이든 일단 책상만 아니라면, 모두 곰돌이 푸가 먹는 것이라는 의미가 드러나야 합니다.


(∀x)(x≠b→Eax)


이렇게 동일성 술어를 활용하면 단순히 무엇과 무엇이 같은 것이라는 말 외에 더 많은 언어를 논리 체계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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