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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Feb 13. 2020

다항 술어

술어 논리 #5

다항 술어


술어 논리 체계에서 문장은 술어와 그 술어에 호응하는 표현(=상항 혹은 변항)으로 구성되는 걸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 상항과 변항이 한 문장에 하나만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항을 딱 하나만 요구하는 술어만 다루었거든요.

F: -는 동물이다
G: -는 돈을 훔쳤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상항 혹은 변항을 1개만 필요로 하는 술어를 단항 술어라고 해요.


그런데 술어 중엔 항을 여러 개 요구하는 다항 술어도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호응하는 항의 개수에 따라 2항 술어, 3항 술어 등으로 일컫기도 하죠.


2항 술어는 이런 것들에요.

F: -는 …를 훔쳤다
G: -는 …에 다닌다

이들 술어에 대응하는 건 단일한 상항 혹은 변항이 아니라, 상항 혹은 변항 2개로 이루어진 순서쌍ordered pair입니다. 순서쌍 <프로메테우스, 불>은 술어 F와 만나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쳤다"는 문장을 구성하게 돼요. 물론 이건 참이죠.

상항

a: 프로메테우스
b: 불

이렇게 둔다면 위 문장은 Fab로 쓸 수 있겠습니다.

한편 <해리 포터, 서울대>는 술어 G와 호응할 경우 거짓인 문장을 만들겠죠? 해리 포터는 호그와트 학생이니까요. 그래서

c: 해리 포터
d: 서울대

문장 Gcd는 거짓입니다.

나 해리 포터는 서울대 같은 머글 학교엔 다니지 않는다


3항 술어는 더 나아가 3개의 항을 요구하는 술어입니다. 가령

F: -는 …에게 ~를 준다
G: -는 …와 ~ 사이에 있다
H: -는 …보다 크고 ~의 제곱보다 작다

이런 것들이 3항 술어죠. 이들 술어에는 항 3개로 구성된 순서 3중체ordered triple가 호응합니다. 술어 F와 G, H에는 각각 <닥터 스트레인지, 타노스, 타임 스톤>과 <한국, 중국, 일본>, <3, 1, 2> 정도가 호응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은 물론 모두 참일 테고요.

이렇게 다항 술어가 요구하는 항의 개수를 표시하기 위해 윗 첨자를 붙이기도 합니다. 대개의 경우엔 생략해요.

더 나아가 4항 술어, 5항 술어 등등 n항 술어와 이에 대응하는 순서 4중체, 순서 5중체, 순서 n중체n-tuple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다항 술어의 특성


다항 술어에 호응하는 여러 상항 혹은 변항은 항상 어떤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다항 술어를 "관계 술어"라고 부르기도 해요.) 세상엔 정말 다양한 관계가 있죠? 그만큼 다항 술어도 다양한 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 특성에 대해 알아봅시다.


대칭성 vs. 반대칭성


어떤 술어 R이 대칭적symmetric이라는 말은 (∀x)(∀y)(Rxy→Ryx)가 참일 때 성립합니다. 모든 x와 y에 대하여, y에 관해 x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면, 반드시 x에 관해서도 y가 그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죠.

 F: -는 …의 배우자다
G: -는 …와 동일하다

만약 춘이가 몽룡이의 배우자라면, 당연히 몽룡이도 춘이의 배우자겠죠? 비단 춘이와 몽룡이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x와 y가 무엇이든 "x는 y의 배우자다"라는 문장이 일단 참이라면 "y는 x의 배우자다"라는 문장은 거짓이 될 수 없을 거예요.

한편 (∀x)(∀y)(Rxy→~Ryx)가 참일 땐 술어 R이 대칭적asymmetric이라 합니다. 모든 x와 y에 대하여, y에 관해 x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면, y는 x에 관하여 그 관계를 결코 맺고 있지 않을 것이란 말입니다.

F: -는 …의 자녀다
G: -는 …보다 작다

이런 술어들이 반대칭적입니다. 누군가의 자녀이면서 또 그 누군가를 자녀로 둘 수가 있을까요? 그럴 순 없는 법이죠. 또 x<y라면 절대 x>y 일 수는 없습니다.


다항 술어가 죄다 대칭적 혹은 반대칭적인 건 아닙니다. 대칭적이지도, 반대칭적이지도 않은 술어도 있어요.

F: -는 …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꼭 나를 좋아해 주는 건 아닙니다. 너무 당연하죠?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반드시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니에요.

(사실 영단어 "asymmetric"이 흔히 "대칭적"으로 번역됨에도 불구하고 "대칭적 술어"라는 번역어를 채택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칭적 술어"라는 이름을 사용할 경우엔 대칭적 술어가 아닌[] 모든 술어가 이에 해당할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재귀성 vs. 반재귀성

(∀x)(Rxx)일 때 술어 R을 재귀적reflexive이라 칭합니다. 술어 R에 호응하는 2개의 항이 항상 동일할 것이라는 말이죠.

F: -는 …와 동일하다
G: -와 …는 동향이다

이런 술어가 재귀적입니다. 1과 1은 동일할 것이고, 홍길동과 홍길동은 당연히 동향이겠죠. 더 나아가 모든 것은 자기 자신과 동일하고, 또 모든 이는 자기 자신과 같은 곳 출신일 겁니다.

반대로 (∀x)(~Rxx)일 땐 술어 R이 반재귀적irreflexive이라 말합니다. 술어 R에 호응하는 2개의 항이 항상 다르다는 의미예요.

F: -는 …의 부모다
G: -와 …는 다르다
H: -는 …보다 크다

본인이 본인의 부모일 수는 없습니다. 본인이 본인과 다를 수도 없고요. 본인이 본인보다  순 없는 것이죠.


역시 재귀적이지도, 반재귀적이지도 않은 술어는 존재합니다.

F: -는 …를 본다

모든 것이 스스로를 보는 건 아닙니다. 또 모든 것이 스스로를 보지 않는 것도 아니죠.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평생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술어 F는 재귀성과 반재귀성 모두 갖지 않아요.


이행성 vs. 반이행성


(∀x)(∀y)(∀z)((Rxy)&(Ryz)→Rxz)가 참이면 술어 R을 더러 이행적transitive이라 말해요. x와 y, z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x가 y에 관하여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y가 다시 z에 관하여 그 관계를 맺고 있다면, 필연적으로 x z에 관해서도 같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란 얘기죠.

F: -가 …보다 빠르다
G: -는 …보다 크다

아킬레우스가 토끼보다 빠르고, 또 토끼가 거북이보다 빠르다면? 당연히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보다도 빠르겠죠? x와 y, z자리에 무엇을 넣든 상관없습니다. 산에 대해 1도 모르는 산알못사람도 일단 한라산이 설악산보다 높고, 또 백두산이 한라산보다 높다는 것만 알면 백두산이 설악산보다 높다는 건 알 수 있겠죠.
반이행적intransitive 술어는 (∀x)(∀y)(∀z)((Rxy)&(Ryz)→~Rxz)를 만족하는 술어다. x와 y, z가 무엇이든, x가 y에 관해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다시 y가 z에 관해 그 관계를 맺고 있다면, 결코 x가 z에 관해 같은 관계를 맺고 있을 리는 없을 것임을 뜻합니다.

F: -는 …의 다음날이다
G: -는 …보다 1만큼 더 크다

가령 목요일은 수요일의 다음날이고, 수요일은 화요일의 다음날이지만 목요일이 화요일의 다음날은 아니죠. 무슨 요일이든, 몇 월 며칠이든 이런 반이행적 관계가 성립해요.


어떤 논리학 책에서는

H: -는 …의 부모다

이 술어가 반이행적이라고 설명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a가 b의 부모이고, b가 c의 부모이면, a는 절대 c의 부모일 수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a가 b를 낳은 후, 성인이 된 b와 함께 c를 낳을 수도 있잖아요? 그리스 신화에 다 나오는 얘기입니다. 이런 관계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죠.


이행적이지도, 반이행적이지도 않은 술어로는

F: -는 …를 먹고 산다

등이 있습니다.

호랑이는 잡아먹고, 사슴은 풀을 먹죠. 하지만 이로부터 호랑이가 풀을 뜯는다는 결론으로 나아갈 순 없습니다. 반대로 독수리가 뱀을 먹고, 뱀이 개구리를 먹는다는 사실을 통해 독수리가 개구리를 절대 잡아먹지 않으리라고 추론할 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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