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그저 빈둥대며 보내버리고 남은 것은 후회뿐인 어느 일요일 오후. 마지못해 찻집에 나가 책 읽는 시늉을 하는데, 눈앞에서 늘어지던 글자들을 제치고 귀를 지나 뇌에 꽂힌 한마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잖아요.”
옆자리에서 수없이 쏟아진 말의 대부분은 공중으로 흩어졌지만, 이 한마디는 머리에 들어왔습니다. 대관절 개떡이 무엇이관데 이리 멸시당하는 것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개떡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노깨, 나깨, 보릿겨 따위를 반죽하여 아무렇게나 반대기를 지어 찐 떡.
노깨는 밀가루를, 나깨는 메밀가루를 체에 치고 남은 찌꺼기입니다. 보릿겨는 보리를 찧고 남은 속껍질이고요. 즉 개떡은 쌀 없이, 혹은 쌀에 다른 재료를 넣어 만든, 떡 비슷한 것입니다. 개떡의 다양한 변형을 보면 이해가 더 쉽겠습니다. 보리개떡, 수수개떡, 쑥개떡 등이 그것이지요. 쌀이 귀하던 옛날, 아쉬운 대로 떡 흉내를 내어 먹던 것으로 보입니다. 쫀득하고 부드러운 찰떡을 먹지 못해 언짢아진 선조들이 개떡을 멸시하던 게 우리말에 흔적을 남겼나 봅니다.
이런 해석은 개떡의 개를 접두사 '개-'로 보는 겁니다. '개-'도 역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1.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2. (일부 명사 앞에 붙어)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개’나리는 나리꽃보다 좀 못났고, 빛 좋은 ‘개’살구는 먹을 수가 없고, ‘개’꿈은 별 의미 없는 꿈이라 ‘개’가 붙은 셈입니다.
'개-'와는 반대로, 뒤에 오는 명사에 호의적인 접두사가 있으니, 바로 '참-'입니다. 역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다음과 같이 풀이됩니다.
1.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진짜’ 또는 ‘진실하고 올바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2. (일부 명사 앞에 붙어) ‘품질이 우수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흔히 쓰는 ‘참’빗, ‘참’새, ‘참’교육 등에는 진짜라거나 좋다는 평가가 포함된 것입니다.
살다 보면 비슷한 듯 다른 무언가를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는 그것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참 난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적절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앞에 접두사 '개-'를 붙이면 되지요. 개를 낮잡는 것이 아니니 애견인들은 걱정하지 마시라. 욕설 또한 아니므로 교양있는 지성인들이여, 두루 사용하시라.
그러니 이제, 나보다 직급은 높은 것 같은데 책임은 회피하는 직원은 개-상사라고 부릅시다. 분명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나 그 속에 논리와 따뜻함이 결여되어 있다면 개-소리라고요. 근자에는 서방의 옛 성인을 내세우면서도 좋은 가르침 대신 역병을 퍼뜨린 무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 무리가 꿈꾸는 세상(天地)은 분명 가짜일 테니 개-천지라 부르는 것이 어떨는지요.
실상 지하철이 좁은 탓인 줄 알면서도 어깨를 부딪는 사람에게 인상을 쓸 만큼 여유가 없는 삶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그저 비슷한 정도로 사는 것이 훨씬 수월해 보입니다. 계획 비슷한 것을 세우고, 노력 비슷한 것을 하며, 행복 비슷한 것으로 삶을 채우는 겁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아무리 유사할지라도 결국 계획도, 노력도, 행복도 아니겠지요.
언젠가 삶을 돌아볼 때, '개-'보다는 '참-'이 어울리는 삶이기를.
여기까지, 오늘의 글 비슷한 것.
*사진은 개떡을 조사하다가 찾게 된 《조선무쌍 신식요리제법》이라는 책입니다. 개떡을 드디어 찾은 줄 알고 기뻐했으나 잘 보니 깨떡이었당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