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물, 티끌

2020년 10월 26일

by 졸팍

주변 사람들이 유별나다고 여길까 봐 항상 조심하지만, 식물을 보고 놀란 내색을 숨기지 못한 때가 많다. 이들은 볕을 쬘 수만 있다면 경이로운 일을 해낸다. 이를테면 한 줌 먼지에서도 물을 뽑아내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티끌을 허공에서 모으는 일이다. 볕, 물, 티끌이 육체가 된다.

이 대단한 일에 광합성이라는 이름을 붙이니 어딘가 건조하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려나. 하긴 식물은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흔함과 놀라움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아무리 되새겨 봐도, 행성을 덮어버린 푸른 육체들 앞에서 아둔한 나는 오늘도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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