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에 관하여

2020년 10월 29일

by 졸팍

나는 한옥을 볼 때마다 지붕을 흥미롭게 보곤 합니다.

네 귀퉁이에 있는 추녀가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들려 내 마음에 꼭 맞습니다. 그 정아한 각과 선에 조밀하게 쌓인 시간을 헤아려 봅니다. 네 귀퉁이에 있는 나무 기둥이 비를 맞아 썩는 문제가 생기고, 기둥이 볕을 고루 쬐어 잘 마를 수 있도록 추녀를 들어주는 방법을 고안하고, 우리나라 해 높이에 맞는 각을 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대를 지났을까요.


운현궁 노안당 내부

그 밖에도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추녀 근처의 서까래는 지붕 중심을 향해 부챗살처럼 모이는데, 그렇다면 안쪽에서 부딪히지 않을까요? 운현궁에서 보니 서까래가 모이는 부분을 깎아 잘 맞물리게 해두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알록달록 단청입니다. 단아한 한옥에서 가장 화려한 곳은 바로 지붕입니다. 눈높이에서 늘 보이는 곳이 아니라, 고개를 조금 들어야 비로소 보이는 곳. 화려함은 든든한 일상 위에 얹어질 때 가치로우니까요.


지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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