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이 맞는 형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날이 좋아 전화를 걸었다고 하지만, 실은 갑작스레 찾아온 가을 날씨에 "올해도 벌써 이만큼 지나갔구나" 하는 허무감이 섞인 목소리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샤워가 꽤 서늘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도 허무감이 조금 옮아 버렸습니다.
개구리를 냄비에 넣고 천천히 온도를 올리면 시나브로 죽어간다는 실험을 떠올리며, "계절도 좀 천천히 변했으면 우리도 시간이 흐른 걸 눈치채지 못했을 텐데" 라며 괜히 원망합니다.
그녀의 마음도 그렇게까지 빨리 변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떠남이 그렇게 갑작스럽지 않았더라면. 부모님 머리가 조금만 더 천천히 새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