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을 잡고

2019년 8월 28일 새벽

by 졸팍

오랜만에 마음이 맞는 형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날이 좋아 전화를 걸었다고 하지만, 실은 갑작스레 찾아온 가을 날씨에 "올해도 벌써 이만큼 지나갔구나" 하는 허무감이 섞인 목소리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샤워가 꽤 서늘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도 허무감이 조금 옮아 버렸습니다.

개구리를 냄비에 넣고 천천히 온도를 올리면 시나브로 죽어간다는 실험을 떠올리며, "계절도 좀 천천히 변했으면 우리도 시간이 흐른 걸 눈치채지 못했을 텐데" 라며 괜히 원망합니다.

그녀의 마음도 그렇게까지 빨리 변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떠남이 그렇게 갑작스럽지 않았더라면. 부모님 머리가 조금만 더 천천히 새었더라면.

이 여름의 끝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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