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 날카로운 햇빛에 내려두었던 가리개를 조금 올렸습니다. 가리개의 빈자리를 지나 내려오는 볕이 이제는 꽤 순합니다.
싫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드는 구석을 찾기도 힘든 회사에서, 창문을 마주한 자리에 있다는 것 하나가 적잖은 위안이 됩니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고, 지하철 문이 열리면 나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이 빽빽합니다. 좁은 틈으로 나를 욱여넣으면, 이내 쏟아지듯 내려 사무실까지 단숨에 밀려갑니다.
남들이 하는 일을, 남들과 같은 방법으로, 남들보다 빠르게 하기를 요구받다 보면, 내 존재가 옅어지는 것 같아 생기는 불안.
그러다 눈을 시리게 하던 모니터 너머로 창문이 눈에 들어오면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옥상 정원에 심어진 나무들을 보며, 잿빛으로 물들었던 내가 다시 푸른색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어서일까요?
오랜만에 보이는 창밖 풍경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