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가 찾아왔다. 설렘에 잠을 설쳤다.
밋밋한 삶에 활력을 준 순간은 스키를 탔을 때와 커피를 배울 때였다. 흥분이 승화될 때는 조금씩 발전하는 나를 볼 때였다. 기술은 단번에 습득되지 않지만, 도무지 늘지 않을 때 답답했고, ‘나는 안 되는 걸까’라는 자책도 했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어릴 적 젓가락 사용에 성공했을 때처럼 기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 한 계단 올라선 기쁨을 미소로 확인했다.
사람의 뇌는 적응력이 놀랍도록 빠르다. 학습할 때 뇌는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고 강화한다. 이를 신경 가소성이라고 한다. 아이돌 노래의 춤 동작을 배우면 처음에는 느리고 몸이 뻣뻣하지만, 연습을 거듭하면 동작이 유연해진다. 나도 젊을 때는 동작을 제법 따라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빠른 동작을 하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마음은 번개처럼 달리려 해도 몸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60세가 넘으면 무엇이든 배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유치원을 20년 넘게 운영하며 교육 사업을 하는 후배가, 언어든 운동이든 새로운 것을 배우라고 권했다. 배움은 인지 기능을 향상시켜 기억력과 창의력을 증진시키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배우는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후배의 조언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시험을 보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므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나는 언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여유가 생기면 여행도 떠날 계획이다.
어느 날, 커피를 함께 배운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는 파주에서 20년 동안 카페를 운영한 후 지금은 쉬고 있다. 나는 수원에 살고 있어 언니를 만나려면 하루를 온전히 할애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나이가 어린 내가 파주로 가서 언니의 얼굴을 보고 서로 안부를 확인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통화하고, 일정이 맞으면 파주로 가서 밥도 함께 먹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과 생각을 나누곤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언니는 복지관에서 수채화를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신청자가 많으면 추첨으로 수강자를 결정하는데, 운 좋게 선발되었다고 했다. 평소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이제 할 수 있다고 했다. 언니는 곧 시작될 수업이 기대되고 설렌다고 했다. 살짝 톤이 올라간 목소리에서, 마치 내가 수업을 들으러 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니는 70세가 넘었다.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